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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수필 & 긴글129

우리 동네 회색의 도심 속, 오래되어 푸른 마을 어른 팔로 두세 아름은 될 만한 메타스퀘어가 울창하게 서 있고, 봄에는 벚꽃이 터널을 이루며, 가을에는 은행나무가 온통 마을을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집 앞 잔디밭은 넓고 가지런하여 잘 관리된 잔디구장을 방불케 한다. 어느 수목원이나 영화속에서의 주택단지, 혹은 잘 단장된 공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시내 복판, 회색의 도심 속에 오래되어 푸른 동네가 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동네를 좋아한다. 보통 자신의 동네를 ‘살기에 정말 편 한 곳이며 아쉬움이 별로 없는 곳’이라고들 한다. 자신이 환경에 길들여지기 때문인 듯하다. 나 역시 이 한 곳에 오랫동안 살아왔다. 그러니 이곳이 좋은 곳이라.. 2020. 2. 22.
가난하고 불편한 사람에 대한 배려 가난하고 불편한 사람에 대한 배려 사회 초년생으로 똥오줌을 못 가리는 아들이 퇴근하면서 껌과 과자를 탁자위에 내어 놓았다. 갑자기 무슨 물건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지하철 입구에서 샀는데 거스름돈을 안 주잖아요.” 하고 마음이 좀 상한 듯이 제방으로 들어갔다. 겨우 털어 놓은 내용은 이러했다. 퇴근하면서 지하철 계단을 올라오는데 추위에 떨며 약간의 물건을 펼쳐놓고 팔고 있는 분이 있었다. 제 딴에는 팔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껌과 과자를 들고 돈을 주었는데 그 분은 거스름돈이 없다며 돌려 줄 생각을 안 하더란다. 마음이 상한 그는 그러면 안사겠다고 하니, 그제야 거스름돈을 세는 것을 보고 거스름 돈 대신 물건을 하나씩 더 가지고 왔단다. 내가 “그런 경우이면 그냥 있는 대로 약간의 돈을 주고 오지 필요도.. 2020. 2. 9.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개똥철학> 가끔은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내야 해. 낙엽을 긁어내듯이 마음속의 찌꺼기를 긁어내어 주변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해묵은 생각들을 쌓아두면 넘쳐서 언제나 머리는 무겁고 생각은 복잡하게 되지. 어떤 때는 빚 진 것 같고, 어떤 때는 무엇을 해야 될지 판단이 서.. 2019. 12. 27.
늦은 겨울 밤에 생각나는 사람들 춥지 않은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을씨년스러운 겨울밤, "카-톡" 하고 [소주 한 병과 간단한 안주 한 접시]의 사진이 날아온다. 소주잔이 하나인 것은 혼자 마신다는 뜻이고, 이는 곧 ‘내가 쓸쓸히 너를 생각하며 소주나 한잔하고 있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겠지. 그래, 이 겨울 늦.. 2019. 12. 4.
오대산 산행을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하다 오늘 오대산 단풍 산행을 했지요. 이때쯤이면 의례히 오대산 단풍이 최고이고 이로부터 차츰 남하하여 약 보름 후에는 내장산에서도 그 절정을 이루고, 계속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지요. 그런데 오늘 막상 산을 올라 보니 잎들이 미처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 버려 녹음은 아니지만 ‘오메 단풍 들겠네!’ 의 그 불타는 맛은 느낄 수 가 없더군요. 기후 온난화로 요즘은 절기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은 어떤 에세이 작가와 함께 걷는 산행이 되었습니다. 다수의 작품을 쓰신 작가라 나와 대등한 대화가 될 수 는 없겠지만 몇 번인가 산행을 동행하여 거리감이 없어지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도 비슷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하며 오르노라니 길고 험한 산행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숨이 턱에 닫거나 단풍이 절정인 곳.. 2019. 10. 21.
바우상상 탁구의 추석 추석이 되면 시골 고향으로 우리 가족 대부분이 모인다. 이제 몇 가구 남지 않은 시골 동네가 이날은 그래도 떠들썩하게 사람 사는 동네가 된다. 우리 마을은 내가 어릴 적에는 50여 가구에 수 백 명이 사는 일반적인 시골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0여 가구에 겨우 몇 십 명이, 그것도 연.. 2019. 9. 12.
고택(古宅) 답사(踏査) 여행을 하며 고택(古宅) 답사(踏査) 여행을 하며 얼마 전부터 중학교 친구 네 명이 모여 고택 답사 여행을 다니고 있다.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 모인다고 하여 사목회(四木會) 여행이다. 처음 사목회는 등산모임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여유가 있고 시간적으로도 자유롭기에, 한 달에 한 번 씩이라도 .. 2019. 8. 29.
바우상상 탁구의 반주(飯酒) 반주(飯酒) 저녁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으면 습관적으로 우선 술을 한두 잔씩 마신다. 마시고 나면 낮 동안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고 밥맛이 훨씬 좋아진다. 원래 상념이 많아 머리를 혹사시키는 타입이라 퇴근 후에는 언제나 입안이 깔깔한데 식욕을 돋우는 데에는 이것이 최고이다. 처음 반주로는 이것저것 아무거나 있는 술로 마셨는데 요즘은 저녁 반찬에 따라 골라서 마신다. 반주를 하지 않을 때에는 술이 없으니 종류를 고를 수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장 보러 가면 의례히 몇 종류의 술을 골라서 준비한다. 일반적으로는 소주를 많이 마신다. 조금 특별한 한식 나물 반찬 같은 것이 있을 때에는 낮은 도수의 전통 곡주를 마시고, 양식에 가까운 고기류가 있을 때에는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도수가 높은 양주도 산뜻하게 입맛을 돋.. 2019. 8. 17.
베란다 농부, 올해 풍작이네! 베란다 농부, 올해 풍작이네! 올해 우리 농장은 풍년이다. 방울토마토는 줄기가 휠 정도로 달렸고 고추도 많이 열렸다. 토마토줄기와 고추줄기가 얼마나 실한지 높이가 1.5미터는 된다. 얼마나 탐스럽고 풍성한지 이웃집에서도 난리이다. 풍성한 것 보다가도 알알이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가, 그리고 풋풋하게 굵어지는 고추가 너무 예쁘고 정겹다는 것이다. 사실 이 농장은 우리 집 아파트 복도 끝의 작은 공간이다. 지난봄에 우연히 화원 앞을 지나다가 여러 종류의 모종을 팔고 있기에 재미로 토마토 열두 포기와 고추 열두 포기를 사 가지고 왔다. 그리고 버려져 있는 화분 여덟 개를 찾아 나누어 심어 이곳에 내어 놓았다. 오래 전에 단독 주택 옥상에서 커다란 화분과 스티로폼 박스에 상추와 쑥갓, 고추, 토마토를 키우시.. 2019.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