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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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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 2 궤적 2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돈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시계에 태엽을 감는다 금방 착착 낮잠에서 깨어난 여인네가 마른빨래를 개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돈다 샛바람에 서랍 속으로 밀려나 꽃 피고 눈 내리는 소리도 잊은 채 깊고 포근한 잠으로 빠졌었구나 떨리는 손으로 손목에 채워 주던 새색시 어느덧 은빛 눈발이 내려앉고 내 넓어진 이마에는 바람이 지나간다 바늘의 궤적만큼 넓고 깊어진 애틋함 가끔은 지난날을 만져보는 것도 기쁨이다 인생도 가끔은 서랍 속에서 곤한 잠을 자다가 태엽을 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 3. 7.
여름의 끝자락 여행 - 5. 청옥산자연휴양림 여름의 끝자락 여행 - 5. 청옥산 자연휴양림 자연 휴양림을 예약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성수기에 인기 지역으로는 번번히 경쟁에 밀려 빈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예정 코스 주위로 몇 군데 문의를 하던 중 하나 남은 것을 아슬아슬하게 예약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발 닫는대로 가자는 것이니 어디면 어떠랴. 대부분이 좋았지만 자연 휴양림에서의 휴식은 정말 멋지다. 자연 그대로의 숲 속에서 숙박은 그 상쾌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마치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하다. 어떤 호텔이나 리조트보다도 적극 추천을 하고 싶다. 울창한 소나무 숲의 산책로는 스치는 솔향 뿐 만아니라 숲 고유의 달콤함까지 느끼게 한다. 코끝을 스치는 신선한 .. 2022. 9. 5.
원두막 원두막 물소리가 경쾌한 계곡 너럭바위에 누워 나뭇잎 사이의 조각하늘을 본다 두둥실 구름이 슬쩍슬쩍 들여다보며 뭐해 하며 지나간다 쉬고 있는 거지 이 한가로움 이 여유를 즐기고 있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 아니야 오늘은 그래 그건 의무이지 염소수염을 한 구름이 껄껄 웃는다 2022. 8. 9.
소진 2 소진 2 박박 긁어도 쌀 한 톨 나오지 않는 쌀독 퍼도 퍼도 물 한 방울 없이 말라 버린 우물 마르고 말라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바닥 황소의 둥그런 눈이 껌벅거리고만 있을 때 생각이 바닥나고 의욕이 먼 여행 중일 때에는 폭우가 내릴 때까지 내려서 맑은 눈에 선한 이야기가 가득해질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어라 2022. 3-4월 (2022. 4. 29) 2022. 5. 2.
오두막 1 오두막 1 작은 오두막 하나 가지고 싶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 마음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가난한 마음 품어주고 다독거려 줄 영혼의 작은 쉼터로 가랑잎 스산한 늦은 가을밤 안온한 등불 하나 켜고 작은 산새 눈보라를 피하고 먼길 노새 방울소리 딸랑이며 찾아드는 밤바람에 부엉새 울어 시름 달래는 그런 곳으로 누군가의 오두막이고도 싶다 2021. 11. 29.
부활 부활 오래 동안 서랍 속에서 잠자던 시계의 태엽을 감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바로 착착착 현재의 시간을 돈다 우리도, 가끔은 인생을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태엽을 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1.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