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89 있다고 하면 있다고 하면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다보이지 않은 공간을 가르며네가 내게 보낸 공이쭉 뻗어 연결되는 빨랫줄처럼 해와 달이 흐르고마음과 마음이 흘러공이 골문을 들어가는 순간우리는 하나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다 별과 별이 빛으로 연결되고네가 보낸 공을 내가 받는다가슴과 가슴의 환호 내 뒤로 네가 있어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인생 한골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다 * (2026 북중미 월드컵 06.11. ~ 07.19.) 2026. 9. 10. 동구 (洞口) 동구洞口 오랜만에 찾아온 동구연인을 만난 듯낯설지 않음에 젖은 이끼를 어루만진다 큰 바위에 앉아누렇게 익어가는 먼 들판을 바라보니두둥실 떠가는 구름 동무들과 냇가에서물장난을 하고 바위에 올라 발가벗은 몸을 말리기도 했지 태산 같은 그날의 꿈들이켜켜이 남아 있는 곳그 꿈에서 조금씩 멀어져 왔지만 물은 흘러가도 들판은 다시 푸르러지고그날의 다짐들이 새로운 희망으로가슴에 꿈틀거린다 오래된 느티나무가 들려주는지난날을 가만히 품고 내일을 바라본다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동구 그곳에서다시나를 만난다 2026. 9. 6. 잿마루 아리랑 잿마루 아리랑 물안개 뭉글뭉글한 날괴나리봇짐 메고조령관문 지나숲이 우거진 산길을 간다 금의환향을 꿈꾸며한발 한발 넘던 험준한 고개 주막 마루에 앉은 길손찬란히 부서지는 물소리쏟아지는 달빛집 생각에 잠 못 이루고 있다 길을 막아서는교귀정 노송에 손을 흔들고암반을 구르는 구슬을 벗하며한 모롱이 돌아서니 다시 걸음 잡는옛 사람들의 시비(詩碑) 잿마루의 새재 아리랑이 구성지다 2026. 9. 2. 물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아침부터 뒷목이 당기더니끝내 가슴 안쪽을천천히 비튼다 아쉬울 것도부러울 것도 없는데속이 쓰린다 손 안에 있던 것들이 손끝으로 밀려났다 지평선이 절벽이 되고잔잔한 바다가해일이 되어 선다 누군가를 붙잡고 싶다가도손끝만큼 남은 자존심이손을 내밀지 못하게 한다 손바닥 위의 것들이움켜쥔 손가락 사이로빠져나간다 분명히 잡고 있었는데 없다 2026. 8. 29. 달력의 경계 밖 달력의 경계 밖 하늘이 높은 창에 어른거린다게으른 새 긴 울음을 뱉는다 해야 할 것은 많은데 할 일 없는 느지막한 달력의경계 밖에 내가 서 있다 시간은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달려와이쯤에나를 내팽개치고태연히 떠났다 늙은 황소가되새김질하듯 시간을 씹고 온통 적막이 팔짱을 끼고 있다 달력을 딛고 선선택 자유 물러난다는 것이제 배우가 아니라감독인가 2026. 8. 23. 여름의 소리 여름의 소리 하얀 하늘에 요란한 매미소리 오랜 기다림 끝에저마다 다른 목청이다 둥실한 뭉게구름에키 큰 미루나무가 걸리고 차르르르 잎을 떨어 산들바람이 받아 부른다 메에엥아직도 만나지 못한 그늘 쓰으랑여름 한 장이 또 넘어간다 이제 여름도 목이 쉰다 서러워 마라한평생 울지 못하는 벌레도 있다 2026. 8. 19. 큰 바위 얼굴 큰 바위 얼굴 웃음보다 평온함이 남은 얼굴로 오래 바라보고 싶은 사람 걸어온 길이 말을 대신하고가진 것보다 나눔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 마음이 먼저 넉넉하여어려움 앞에서도 의젓하고 약거나 구차하지 않으며대범하고 용기 있는 사람 늘 맑을 수는 없겠지만스쳐 간 발자국에 은은한 꽃향기를 남기고 어느 날 바라본 표정에견뎌 온 세월이잔잔한 미소로 머무는 사람 큰 바위 얼굴⁽¹⁾내 표정에 이러한 삶이 보였으면 좋겠다---------------------------------------(⁽¹⁾ 다니엘 호손(미국, 1850)이 쓴 단편 소설의 제목) 2026. 8. 15. 도시농부 연작-4 토마토가 붉어지는 오후 도시농부 연작-4 토마토가 붉어지는 오후 우리 농장은 풍년이다. 줄기가 휘도록 방울토마토가 달렸다. 알알이 붉어지는 열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환해진다.사실 농장은 아파트 베란다 한쪽의 작은 공간이다. 지난봄, 화원에서 장난처럼 토마토 모종 다섯 포기를 사 왔다. 버려진 화분을 모아 심었더니 시들하던 모종은 며칠 뒤 파릇한 기운으로 다시 일어섰다.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잎이 자라고 줄기가 굵어지며 제법 농작물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그때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농작물은 농사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 나도 모르게 농부의 마음이 된 것 같다.하지만 농부는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더위에 잎이 시들었고, 너무 자주 준 물이 오히려 과잉 관.. 2026. 8. 11. 입추 입추 날 마다의 폭염을 돌아서서아침 바람은슬쩍 부드럽게 비켜간다 어정칠월건등팔월 하늘은 높아지고벼이삭은 고개를 숙인다 농부는 이제익어가는 백곡을 바라보며무를 심고배추를 심으며겨울을 들인다 폭염은 아직며칠 더 남았겠지만그와 맞서듯 하던내 마음도 먼 길을 걸어왔다 미처 내려놓지 못한 말들은소슬바람에 풀어 보내고 비워진 마음청명한 하늘 아래단단히 익어 가며 살아도 되겠다 2026. 8. 7. 이전 1 2 3 4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