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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어머니8

황새 황새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되어 자식이 되었습니다 진작 몰랐습니다 그는 왜 저만치 있는지 왜 바람소리 요란한지 필요할 때만 생각나는지를 혹한에 눈보라쳐도 든든한 나무 한그루 서 있었습니다 미처 그 그늘 깊어 그 향기 알지 못하였습니다 자식이 있어 부모가 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되어 자식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 (* 황새의 습성은 독립된 쌍을 이루어 생활하며 어린 새는 둥지를 떠난 뒤에도 일정기간 어미와 함께 생활) 2022. 8. 28.
우리 마당 우리 마당 뜨거운 햇살 아래 멍석에 널린 고추가 빨갛게 구어지고 한가한 닭들이 뻐들다가 부리로 쪼다가 할 때 들에서 돌아오시던 울 어매 훠어이 닭을 쫓고 닭은 경황에도 한 개 물고 달아난다 마구간에서 큰 눈을 슴벅이는 황소가 입을 우물우물 거리며 빙그레 웃고 우물 옆 나무 그늘에 늙은 바둑이가 졸음에 못 이겨 다시 눈을 감는다 뒷마당 큰 감나무에 매미 소리도 스르르 길게 늘어지고 모든 것이 졸고 있는 듯한 여름날의 우리 마당 어머니 이제야 나도 어매가 계셨다는 것을 압니다 2022. 7. 28.
억새 억새 학교 앞 빨강 파랑 노랑 우산들 비스듬히 기울어 도란도란 걷고 있네요 나의 우산은 세상에서 어디로 기울었나요 똑바로 섰나요 약간의 어깨라도 내어주고 있나요 그들의 우산은 나에게 비스듬한 나무인가요 꼿꼿하게 선 나무인가요 언제나 비바람 속으로 어깨를 반쯤 내어놓고 가시는 아버지 2022. 1. 25.
푸근한 접시꽃 푸근한 접시꽃 강이 보이는 이곳에 약간은 아름다운 집을 마련하고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지 모시고도 싶었고 보여 드리고도 싶었고 어머니는 도회 생활이 익숙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시면서도 무척 기뻐하셨지 혈압이 있으셔서 오리 전문집으로 외식을 갔지 어머니는 성치 않은 이로 우물우물 드셨지 처음 먹는 음식이라고 연신 말씀하시면서 산 밑의 그 오리집은 없어졌지만 그 부근에만 가면 생각나는 어머니 지금은 그 몇 배 아니 그 천 배 만 배 유명한 식당으로 모시고 갈 텐데 이제 철드나 봅니다 어머니 내 아이가 커서 그 나이가 된 이제에……. 2021. 8. 14.
가장 귀한 꽃 / 김탁기 가장 귀한 꽃 어머니는 꽃 중에 자식 꽃이 제일 예쁘다 자식 중에 내 자식이 제일 잘났다 잘되면 힘들까 걱정이고 못되면 마음 아플까 걱정이고 남이 잘되면 상처받을까 걱정한다 발자국 소리에도 혼이 나간다 2021. 4. 9.
시골길 2 시골길 2 시골길을 좋아한다 파릇한 보리 들판을 걸으면 시냇가 아이 피리소리 정겹고 간간히 거름 냄새 푸근하다 투박한 시골길이 간다 마을 들어 모퉁이 돌아서면 울 밑에 누이의 봉선화가 피고 마당에 빨간 고추가 마르고 닭 쫓는 어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골목길로 감나무가 어깨를 내어주며 쉬어가라 해바라기 빙긋이 웃는다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먼지 속을 아이들이 쫓아간다 신작로 미루나무에 매미 운다 해질 무렵 주인보다 먼저 암소가 어슬렁어슬렁 집을 찾아들고 송아지 천방지축 뛴다 지게를 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밥 짓는 연기 오르고 구수한 내음이 먼저 마중을 나간다 사람도 반듯한 아스팔트보다 투박한 시골길 같은 사람이 좋다. 묵묵히 땀 흘려 가족을 안고 이웃을 안고 가는 시골길 같은 사람이 더 좋다 시끌벅적한 장.. 2020. 9. 4.
아버지 아버지 내 아버지 그 농촌에서 일 한번 안 시키셨지 공부해라는 물론 야단 한 번 안치시던 아버지 막내로 손주 같이 태어나서였을까 그냥 무심이었을까 속으로는 그러셨겠지 막내아들 출세는 몰라도 남만큼은 잘 살아야 된다고 항상 인자 로이 웃으시며 기껏 하시는 아버지 최대의 잔소리 허, 그참! 할 말이 없으셨을까 양반의 자존심이 생존의 기둥이셨던 아버지 산촌에서 태어나 근동을 벗어나 보지 않으셨지만 집안 얘기와 구수한 옛날 얘기 정말 재밌게 해주셨지 새벽에 새끼 꼬아 가마니 짜고 낮에 일하시며 틈틈이 소죽거리 만들어 저녁에 끓이고 계시던 아버지 거칠어지고 깊이 갈라진 손마디를 통증을 참아 겨우 불에 지지고 계셨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막내를 보시며 흐뭇해 하셨지 아니 안타까우셨을까 방학식 날 확인 받으러 내놓은 성.. 2020. 7. 23.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육남매 대가족 뒷바라지에 수구냉기 갈매골 콩 고추밭 다 지으시고 한 뼘도 안남은 산그늘 소쩍새 소리에 놀라 부랴부랴 집으로 내달리시던 어머니 대가족 저녁 준비에 어머니에겐 언제나 푸근한 솔가지 냄새가 났지 왜 그리 찡찡되었을까 못난 육남매의 막내가 유세인가 안 마(실) 미나리 깡 밤새 다듬은 미나리 몇 단을 머리에 이고 가시는 시오리 장날은 고개가 빠지셨겠지 한 단에 이십 원 받아 길순원 자장면 한 그릇 시켜주고 정작 본인은 양 많은 느티나무 집 막국수가 그리 맛있다던 어머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짜증스럽기 도 하셨겠지 자신이 안타까워서 약이라도 좀 먹여야 되는데 우리엄마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 약은 내게 필요한게 아니었을 텐데...... 쌀 한 되 팔아 소풍날 손에 쥐어주시며 시원한 주스 .. 2020.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