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기24 오월의 아침 오월의 아침 활짝 피어나는 계절오월은싱그럽고 푸른 기운이 솟아납니다이 푸른 아침처럼언제나 새롭게 하소서푸르게 피어나는 수목처럼활짝 피어나는 장미꽃처럼맑고 순결하게때로는 화사하게언제나 거리낌 없는가벼운 삶을 살게 하소서욕심으로부터 멀어지고비교로부터도 멀어지고늘 용서하고 사랑하며밝은 창가에 앉아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평화롭게 하소서좋은 사람들과 더불어감사하며 살게하소서부활하는 오월의 아침, 2025. 5. 25. 부활의 아침에 부활의 아침에 수목에 수액이 오르고 꽃들이 피어난다 바닥에는 청순한 새싹들이 나무에는 화사한 꽃으로 거듭난다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지저귄다 이루지 못하거나 빗나간 화살 같던 순간 기억의 흔적들이 뱃속을 채우고 있다 마음 가운데 소화되지 않고 남아 그 흔적들이 단단한 돌덩이로 굳어있다 새 아침에 빛이 찬란히 부서지듯이 파도가 스스로 부서져서 새롭게 되듯이 마음속의 찌꺼기를 새롭게 다듬어 삶의 파편 기억의 흔적을 걷어내고 싶다 피어나는 봄의 새싹처럼 청초하게 눈 녹아 계곡처럼 정결하게 흐르고 싶다 인생에 군더더기는 아예 버리고 할 수 있는 것 만으로 가지런히 하고 싶다 봄날 가파르지 않은 언덕에 씨를 뿌리고 늘 누군가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2025. 4. 20. 엽아(잎눈) 잎눈 사랑이 봄을 데리고 옵니다조안면 다산정원엘 들렀습니다엽아에 봄이 살랑입니다3월에 봄눈 포근하더니연녹 물빛 재촉하여누그러진 바람에잎망울 부풀어 햇살 따사롭습니다버드나무에 오른 잎눈아지랑이 하늘하늘 나부끼고겨우내 움츠린생동이 거친 가슴을 깨웁니다마른 가지에 사랑이 와서봄이 소롯이 왔습니다 2025. 3. 24. 바우상상 /김탁기 바우상상 / 김탁기 내 어릴 적에, 높은 태양이 정수리를 내려 때리는 오뉴월의 한가한 오후에 오랜 시간을 추억하며 글을 써본다. 내 고향 용바우는 야트막한 야산 골짜기를 따라 논밭이 물 흐르듯 펼쳐지는 곳으로, 산 밑에 조그만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아주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산촌이라 하기에는 산이 야트막하고 단순히 시골이라 하기에도 어중간한 작은 마을로, 봄에는 진달래가 온산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산을 굽이굽이 돌아 논밭에 작물이 아기자기 펼쳐진다. 특산물이나 특용작물은 없고 보편적인 논농사를 주로 하는 곳으로 대부분이 자연 지형의 정리되지 않은 논밭들이다. 지리상으로 보면 마을 밖 큰 도로에서는 마을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골짜기여서 일설에는 난을 피해가는 길지라고도 한다. 사람들 역시 마을 .. 2023. 7. 3. 못 배운 시 / 김탁기 시집 출간 못 배운 시 / 김탁기 시집 출간 지난 Cobid19 2년간의 글을 모아시집으로 엮었다.오랜 직장생활 동안 틈틈이 글을 써왔다.시집으로 엮으려니시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서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심정이다.그러나 매사에 감사한다. 2023. 4. 29. 오대산 산행을 하다(10/21일) / 김탁기 오대산 산행을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하다. 오늘 오대산 단풍 산행을 했지요. 이때쯤이면 의례히 오대산 단풍이 최고이고 이로부터 차츰 남하하여 약 보름 후에는 내장산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계속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지요. 오늘 막상 산을 올라 보니 잎들이 미처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 버려 녹음은 아니지만 ‘오메 단풍 들겠네!’ 의 그 불타는 맛은 느낄 수 가 없더군요. 기후 변화로 요즘은 절기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은 어떤 에세이 작가와 함께 걷는 산행이 되었습니다. 다 수의 작품을 쓰신 작가라 나와 대등한 대화가 될 수 는 없겠지만 몇 번인가 산행을 동행하여 거리감이 없어지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도 비슷한 면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하며 오르노라니 길고 험한 산행이 조금은 가벼워졌습.. 2021. 2. 21. 긴 침묵에서 깨어나 긴 침묵에서 깨어나 서랍 속 오래된 손목시계의 태엽을 감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착착착 소리를 내며 바늘이 돌아간다. 이 시계는 수년 동안 서랍 속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잠시 잠을 자다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듯 태연히 일을 시작한다. 마치 낮잠을 한숨 자고 난 후 그동안에 마른 빨래를 앞으로 당겨 하나하나 가지런히 개고 있는 중년 여인네 같다. 이 시계는 그동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꽃피고 비 오고 단풍 들고 눈 내리는 수많은 시간의 반복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태엽이 오랜 시간, 수 십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한 번에 연결시켜 주어 버렸다. 어느 봄날 떨리는 손으로 나의 손목에 채워주던 아내는 어느덧 중년을 지나 머리에 은빛이 검은 빛보다 많고 나의 성긴 머리카락 속으로는 바람이 술술 지.. 2021. 1. 27. 내 별 하나 가지고 싶다 내 별 하나 가지고 싶다 무심히 흐르는 물결 바라볼 때 슬그머니 곁에 앉아주는 별 먹먹한 가슴 강물 되어 흐를 때 함께 달빛으로 걸어 줄 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적적한 마음 달랠 길 없어 하염없이 흐를 때 끝까지 따라와 어깨에 손을 얹고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려 줄 그런 별 말이다 어깨의 돌멩이에 비틀거릴 때 손을 뻗쳐주고 도적놈 같은 그놈 나를 쫓아다닐 때 슬쩍 가려주고 막아 줄 그런 별 하나 가지고 싶다 억제하지 못하는 슬픔으로 헤맬 때 고독이 너울 되어 몸부림칠 때 이 덮치는 무력감을 가져가 줄 나만의 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2021. 1. 20. 한라산이여 한라산이여 부딪치고 크게 부서져라 수평선을 숨 가쁘게 달려와 부서지는 파도가 되라 산처럼 부서져 올라 먼 바다로 밀려나간다 크게 부딪친 파도가 더욱 찬란하다 힘차게 날아와 가슴으로 바람을 받으며 하늘높이 솟구치는 독수리가 되라 더 높이 솟아올라 더 멀리 보며 날아간다 그 소리도 우렁차게 멀리 퍼져나간다 망설이지 말고 부딪쳐라 어렵지 않고 순탄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 높이 솟은 장대한 나무도 비바람에 크게 부딪치고 단련되어 거대하게 된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하늘이 더 맑고 비온 뒤의 꽃들이 더 아름답다 사랑도 사연 많은 사랑이 더 깊다 아무런 아픔 없이 이룬 삶에 무슨 할 말이 있으랴 2021. 1. 1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