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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363

어정 7월 건등 8월 어정 7월 8월 건등 입추이니 여름 지나 가을로 접어든다는 절기 유래 없는 폭염이었지만 어김없이 아침 바람이 슬쩍 부드럽게 비켜간다 입추에 청명하면 만곡이 풍년이라는데 하늘이 풍년을 약속한다 어정 7월 건등 8월이니 농부의 마음도 이제 한가롭다 익어가는 백곡을 바라보며 천천히 무 배추 심어 김장을 준비한다 올 수년만의 폭염 끝자락도 이제 몇 날 남지 않았다 폭염과 싸우듯 하던 상념의 삶도 포기한 수년이었으니 찌꺼기들을 소슬 바람에 날려 보내고 청명한 하늘 아래 독서라도 하며 단단히 익어 갈까 보다 (18.08.07 입추 아침) 2018. 8. 7.
매미 매 미 매미가 운 다 연 일 폭염 기승에 매미도 지친 듯하더니 끝없이 울어 제킨다 집단이기에 환경 파괴에 하는 짓들이 고약하니 매미도 세차게 운 다 그래도 직성이 안 풀리는지 아예 악에 바쳐 운 다 고향의 매미는 맴맴 쓰람쓰람 정겹기도 하고 운치도 있었는데 세월이 영악해지니 곤충도 독해진 듯하다 쓰르르 쓰르르르 뒷마당 감나무의 매미 소리가 그립다 2018. 7. 26.
시 쓰기 시 쓰기 여보 게 시 쓰기 힘들다고 시어가 처음부터 따로 있을까 나의 영감을 나의 언어로 쓰면 되지 않을까 비튼 걸레같이 밤이 하얗게 되도록 말을 짜내야 돼 둘러치고 매치고 거꾸로 치고 꼭 히 그럴듯하게 쓸 필요도 없잖아 나의 모습을 누군가 읽어 느낌이 있고 여운이 있을 그런 글이면 좋겠다 혹시 시어가 죽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어 (18.7.26) 2018. 7. 26.
7월의 아침 7월의 아침 아침 색깔은 백색이다 높은 태양이 대지로 가득히 쏟아지고 나뭇잎 위에서 하얗게 반짝인다 산산한 아침 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일찍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고 발걸음이 한없이 경쾌하다 곧이어 솟아오를 따가울 태양을 잊은 듯 한없이 상쾌하고 한없이 반짝인다 멀리 여행을 떠나야 할까 보다 (2018.07.08) 2018. 7. 8.
유월, 꽃도 싱그럽다 유월, 꽃도 싱그럽다 유월은 깊어가는 계절 푸름이 짙어지고 태양은 높아지며 모든 것이 절정을 향해 간다 그래서 유월은 익숙함이 있고 설레임과 기대가 있다 높아지는 태양 아래 훈훈한 풀 내음과 비릿한 아스팔트 냄새를 맡으면 삶의 생동을 느끼게 된다 유월은 더워도 지치지 않는다 이제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로 치달을 것이다 여름은 그 만의 땀 냄새 풍기는 근육질의 강인함이 있다 유월은 들꽃도 싱그럽다 (2018.06.07) 2018. 6. 7.
유월에 유월에 조팝나무와 아카시아 피고 녹음 짙어지는 내가 좋아하는 오월이 갔구나 아카시아 한입 털어 달콤함이 배어 나오던 계절 애써 돌아보니 이미 꽃은 안보이고 녹음이 원숙한 여인네처럼 진한 매력을 풍기고 있구나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 말아야지 그게 다 자취이고 열매인 것을.. 이젠 열정의 유월을 맞이해야지 쏟아지는 태양아래 후끈한 아스팔트 내음을 맡으며 불끈 솟아나는 힘찬 유월을 기대해 봐야지 (2018.6.1) 좋아요 2018. 6. 1.
풍기역 1 풍기역 1 소백산 아래 풍기역 길게 목을 빼는 산모롱이를 완행열차가 들어온다 강릉 묵호 승부의 바다와 높은 산을 지나 영원한 두 줄기 선로가 다정하게 마주 보며 탄광 먼지를 이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안고 백두대간에 힘을 쏟으며 달려와 보따리를 쏟아 놓는다 다시 풍기 인삼의 애환을 도회의 소망과 기대로 바꾸며 소백산의 긴 산 그림자를 돌아 터널을 지나고 산과 들과 강과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을 지나 도회로 도회로 올라간다 풍기역 기차는 바쁘지 않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하늘 아래 세평(3평) 승부역 간이역에 땀을 다 흘려도 묵묵히 움직인다 산촌의 애환과 소망을 모두 전하고 다시 누군가의 삶을 싣고 청량리를 떠나 기적을 울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고향 바다로 돌아간다 하늘만 보이는 풍기역에서 넓은 세상을 본다 (1.. 2018. 5. 25.
중앙선 열차 중앙선 열차 청량리에서 꿈을 가득 채운 중앙선 완행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덜커덕 덜커덕 원주 제천을 지나고 영주에 도착 기관차를 교체한 후 영동선 강릉행 열차가 된다 풍기에서 물을 마시고 봉화 번천 석포 높은 오르막을 땀 흘리며 올라 산촌에 도회를 전한다 하늘 세평 승부역에서 산채 장꾼이 내리고 철암 도계 묵호의 탄광촌과 양회 공장을 지나면 설악산과 바다만 남는다 강릉역에서 숨을 돌린 후 건어물과 석탄과 양회를 싫고 정동진 바닷가에서 해맞이를 한 후 주춤주춤 길을 떠난다 시간은 가는 것이고 열차는 달려야만 한다 (1990년을 추억하며) 2018. 5. 24.
풍기역 상행선 풍기역 상행선 소백산 아래 풍기역 역전에 인삼 장꾼이 분주하다 동쪽 산으로부터 벋어 나와 길게 모가지를 빼고 있노라면 산모롱이를 굽이돌아 철커덕 거리며 기차가 들어온다 스르르 밀려 들어와 동해의 고기 비린내를 내려놓고 풍기의 인삼 냄새를 실은 후 서쪽 산 그림자 뒤로 사라진다 산으로 들로 도회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뱃고동 소리 들리는 항구로 달려간다 (1990년대를 생각하며) 2018.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