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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363

가을을 느끼다晩秋 가을을 느끼다晩秋 가을은 금방 간다 단풍이 드는가 싶으면 낙엽이 지고 그리고 곧 찬 바람이 분다 지난 주에는 설악산에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더니 다음 주에는 내장산을 지나 그 아래 어느 산으로 내려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올 가을은 시간이 많은 듯 한데도 가을 여행을 하지는 못했다 문득 도심을 떠나보기로 했다 갑작스런 결정이라 멀리는 갈 수 없지만 여름을 지나온 습한 가슴에 산뜻한 가을 공기를 마음껏 마셔보고 싶다 한 시간여를 채 못 달려 붉게 타오르는 단풍과 강가의 갈밭을 만난다 저무는 하루햇살을 뒤로 받으며 어느덧 말라버린 갈대 밭을 걸어본다 떠남의 백미는 휴게소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따뜻한 캔커피 한잔을 마시며 아쉬운 계절 속에 휴게소를 몰려들고 몰려나가는 여행객들을 바라본다. 어느덧 캔 커피의 따스함.. 2012. 10. 26.
세가지 필요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러 나는 세 가지 절대적 필요를 느낀다. 먼저, 지난 일과 근래의 일들을 통틀어 내 삶의 핵심이 무었이었는지를 고백할 필요를 느낀다. 내게 주어졌던 그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할 필요를 또한 느낀다. ..... 내가 이처럼 살아 오면서, 아무리 진정으로 사랑과 진리를 추구하며 살고자 노력했다 할지라도, 어찌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겠는가? 그 반대로 어찌 나 또한 잔인한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겠는가? 생애 마지막 날에는 우리 모두가 '우리가 용서하듯 우리를 용서 하소서'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오래된 내 핸드폰으로 찍었다) - 이제 6월도 중순이다. 어느덧 따거운 햇살이 찬란한 계절, 여름 가운데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엇그제 였던가 양수리의 두물머리 .. 2010. 6. 16.
나그네도 쉬어가는 오유월 염천 나그네도 쉬어가는 오뉴월 염천 오뉴월 염천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게 달아오르고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수년간의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었다가 겨우 1-2주 만을 살고 죽는다는 매미, 그동안 인고의 세월이 아까워 목청껏 울어대고 있나 부다. 나그네도 쉬어간다는 오뉴월 염천 한낮에 밖을 보면 차량도 줄고 도회가 잠시 열중쉬어하고 동작을 멈춘 듯하다. 모두 숨을 죽인 체 가벼운 적막을 느끼게 한다. 마치 나 홀로 밖을 내다보며 뭔가의 움직임을 감지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오후는 무더위가 극에 달하여 잠시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오는데도 찜통 같았다. 한참이나 후에 정신을 차려 높은 층에서 멀리 내려다보니 모두 더위를 피해 숨었는지 세상은 정적을 이루고 있고 누구네 식당 앞에 흰색 멍멍이 한 마리가 연신 .. 2009. 8. 5.
악으로 울어대는 매미 매미에게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자연 바람이 좋아 잠시 문을 열어 놓으니 사무실 창가에 거의 닿을 듯한 키 큰 나무에서 매미가 잡힐 듯이 요란하게 울어대고 있다. 예전에는 매미소리가 정겹고 푸근하여 추억을 되새기게도 하고 퍽이나 느낌이 좋더니만 언제부터는 소음이다. 매미도 환경이 열악해지니 살기가 힘들어져 악만 남았는가 그야말로 악으로 울어 대고 있다. 대충 아침 일을 정리하고 차나 한잔 할까 했더니 은근할 것 같던 매미소리가 귀청을 찢으며 온통 마음을 뒤흔든다. 느긋한 이 시간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매미여, 미안하지만 그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주위에서도 수면 방해가 된다고 민원이 계속 발생, 할 수없이 다음 주에는 나무를 잘라 버리게 된다네. 악으로 울어대는 자네들도 그렇지만 그것이 시끄럽다고.. 2009. 7. 31.
서숙(조)(9/3) 서숙 (조) 산비탈 조각 밭에 서숙이 영글어 고개를 숙였네 하늘 높아갈 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하늘 높고 산들바람도 불고 휴가가 엊그제인데 떠나고 싶은 내 유혹은 고개를 숙이지 못하네 2006. 9. 4.
그런 친구 그런 친구 비슷한 시대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모든 정서를 공유 할 수 있는 그런 친구! 언제 어디서나 함께 걸어도 시선을 끌지 않을 엇 비슷한 모습의 그런 친구! 어느 찻집, 공원에서 어느 도서관, 음악회에서 공통의 관심을 나눌 수 있을 그런 친구! 길고 짧은 여행을 함께하며 긴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도 허물 없고 지루하지 않을 그런 친구! 가족 이야기나 세상애환을 부담없이 편히 나누고 진정된 충고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그런 친구! 내 필요할 때 연락이 오고 그 필요할 때 연락이 가며 통화, 만남, 생각만으로도 편하고 즐거울 그런 친구! 설레임을 느끼게 하면서도 자제할 줄 알며 열심히 살면서도 돌아볼 줄도 아는 그런 친구! 어제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을 아름답게 살 줄 알며 항상 꿈을 꿀수 있는 그런 친구.. 2006. 3. 13.
동구(洞口) 동구洞口 오랜만에 찾아도 연인을 만난 듯 반가움과 낯설지 않음에 이끼를 만지며 추억을 더듬는다 큰 바위에 기대어 설익은 들판을 바라보며 아련히 저며 오는 어린 시절 그 날을 회상한다 추억과 다정과 이상이 저며 있고 지나온 날의 아쉬움 보다가는 지금 새로운 소망과 꿈을 갖게하는 곳 오늘도 난 그 동구에 서서 깊은 감상에 젖어본다 2005. 9. 19.
나이가 들면서 나이가 들면서 일상이 덜 바빠지면서 자신이 게을러지지 않게 하소서 들리지 않는 님의 말씀을 참되게 알아듣게 해주시고 보이지 않는 님의 계시를 바르게 따라 하게 해 주소서 일상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말고 이유 없음을 알게 하여 주시고 그리하여 매사에 순명하게 하여 주소서 모든 일을 사람에게 감사할 일이 아니라 님에게 감사할 일임을 참되게 깨닫게 하여 주소서 미사 후 남한산성을 올랐고 양평 일대를 돌다가 늦은 저녁 돌아왔다.(2005. 1. 16) 2005. 8. 28.
해후 해후 삼십 년 만의 만남 난분분하다 삼십 년 전으로 달리는 기차 꿈 많고 자존심 강하고 삼십 년 후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일까 지금의 우리가 삼십 년 전의 우리였을까 햇살이 마당에 쏟아지고 이런 날엔 고추가 잘 마르지 나락이 익으려면 가을 햇볕이 따가워야 된다지 가을은 우연의 계절인가 아직도 만나지 못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겠지 (2005.8.23) 2005.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