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기역 1
소백산 아래 풍기역
길게 목을 빼는 산모롱이를
완행열차가 들어온다
강릉 묵호 승부의 바다와 높은 산을 지나
영원한 두 줄기 선로가 다정하게 마주 보며
탄광 먼지를 이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안고
백두대간에 힘을 쏟으며 달려와
보따리를 쏟아 놓는다
다시 풍기 인삼의 애환을
도회의 소망과 기대로 바꾸며
소백산의 긴 산 그림자를 돌아 터널을 지나고
산과 들과 강과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을 지나
도회로 도회로 올라간다
풍기역 기차는 바쁘지 않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하늘 아래 세평(3평) 승부역
간이역에 땀을 다 흘려도 묵묵히 움직인다
산촌의 애환과 소망을 모두 전하고
다시 누군가의 삶을 싣고 청량리를 떠나
기적을 울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고향 바다로 돌아간다
하늘만 보이는 풍기역에서
넓은 세상을 본다
(1980년대 완행열차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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