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전체 글1303

벌레 먹은 잎 벌레 먹은 잎 / 정치 갈참나무 여린 잎을 벌레가 먹는다 찬찬히 먹는 것이 아니라 욕심스럽게 사각사각 듬성듬성 갉아 먹는다 연한 잎은 먹고 줄기만 남은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예쁘기도 하고 끝없는 욕망의 흔적 같기도 하다 세상을 벌레들이 좀 먹는다 이편저편 이 벌레 저 벌레 갉아 먹어 나무들은 자라지도 못한다 관심도 없다 벌레 먹은 잎으로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 그 모양이 된다 예쁜 모습일 수도 욕심의 흔적일 수도 그 것이 전체인양 보일 수도 부분일 수도 왜곡일 수도 진실일 수도 벌레 먹은 잎으로 보는 세상이 재밌다 2023. 4. 13.
순간, 혹한은 지나가고 순간, 혹한이 지나가고 송이송이 내리던 첫눈이 어느덧 꽃비로 분분하다 지난 혹한 어둠이 폭포처럼 쏟아지더니 빙벽이 되어 막아선다 생각도 많아지면 방관이 되는 것 깊은 동면의 세계로 침잠한다 심장의 새들도 울지 않고 한없는 바위가 되어 굳어간다 눈 내리고 한기를 느낄 때쯤 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미 눈사람은 불가에서 몸을 녹이고 꽃은 최선을 다해 아기자기 피고 있다 벚꽃은 몸을 떨어 꽃비를 내리고 우듬지가 파랗다 창가에 아른거리는 연둣빛 사이로 연분홍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오른다 2023. 4. 9.
봄 꽃과 그 봄 꽃과 그 한바탕 난장판을 치고 가는 벚꽃과는 다르고 싶다 던 화사하지만 조용히 피었다가 가슴 속에 남고 싶다 던 그 사정없이 돋아나는 새순에 화사하던 벚꽃이 소나기 같이 꽃비 되어 흩어지고 화창한 봄날 묵묵히 걷고 있는데 저기 저 골목 어귀 담장 밑에 노란 민들레가 자색의 제비꽃이 화사하지만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네 2023. 4. 5.
목련꽃 의자 목련꽃 의자 비워두고 기다린다 누군가가 오기를 누군가는 찾는다 자리 잡을 그곳을 누군가는 쉬어가고 누군가는 제 자리를 잡는다 놀이터 옆 빈 의자에 나풀 목련화 꽃잎이 앉았다 목련화 꽃잎도 아쉬움이 있나 보다 2023. 4. 1.
주부 9단 주부 9단 생산가게 앞에 선 주부 셈이 바쁘다 어제와 오늘 가격 비교 이 집과 저 집 물건 비교 머리가 팽팽 회전한다 머릿속에서 생선 요리중이다 자르고 지지고 굽고 무엇을 할까 드디어 감을 잡았다 골랐다 장바구니에 담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딴 집보다 아주 쪼금 싸고 신선하다 식탁이 화기애애하다 많은 일은 저녁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2023. 3. 28.
민들레 같은 그 민들레 같은 그 손에 닿을 듯 말 듯 홀씨처럼 토라져 바람에 흩어질까 멀리서만 바라보다가 마음잡고 다가서니 이미 봄바람에 흩날라 버리네 하릴없이 터덜터덜 먼 길 돌아서는데 저기 저 골목 어귀에 샛노란 민들레 환하게 웃고 있네 2023. 3. 25.
봄날 같은 사람 봄날 같은 사람 봄날에 홀로 산을 오른다 겨우내 숨죽였던 물소리 산새소리가 들리고 수목에 생기가 보인다 만물이 생동하고 있다 봄이라는 말속에서 조차 향기가 나고 신선함이 전해 온다 편안하고 따뜻하며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사람이 봄날 같으면 좋겠다고 한 어느 시인이 생각난다 따스한 햇살아래 움트는 자연을 좋은 사람들과 두런두런 걸어도 보고 싶다 오늘은 여의치 못하여 홀로 산을 오르며 호젓한 봄을 즐긴다 2023. 3. 22.
제비꽃 2 제비꽃 2 강가엘 나왔더니 청순한 물결 은비늘로 반짝이며 연둣빛으로 흐르고 앙증맞은 작은 꽃이 보일 듯 말 듯 마른풀에 숨어 깜찍스레 반기네 소박해서 예쁜 꽃 봄 햇살이 눈 부셔 돌 틈에 옹기종기 해맑게 웃고 있네 자세히 보면 더 예쁜 작은 새는 어디서 지저귀고 있을까 강물 따라 흘러나 볼까 2023. 3. 18.
봄나들이 봄나들이 햇살 따사로운 날 마을 앞 둘레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노부부 구부정한 모습으로 천천히 걷고 있다 고개 좀 들고 걸어요 허리를 펴고 멀리를 보란 말이에요 운동을 하는 걸까 말다툼을 하는 걸까 벤치에 나란히 앉은 부부 부스럭거리며 비닐봉지에서 챙겨온 먹을 것을 슬쩍 밀어 놓는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 상처 나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어도 뿌리 깊은 나무의 꽃이 더 향기롭다 2023.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