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전체 글1303

내 안의 꽃 내 안의 꽃 아름다운 그 꽃을 찾아가다가 왜 걷고 있는지 잊어 버렸네 길을 헤매고 다녔네 풀도 있고 꽃도 많이 피고 있었네 이미 그 꽃이 당신이 되어 내 안에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 2023. 3. 11.
궤적 2 궤적 2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돈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시계에 태엽을 감는다 금방 착착 낮잠에서 깨어난 여인네가 마른빨래를 개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돈다 샛바람에 서랍 속으로 밀려나 꽃 피고 눈 내리는 소리도 잊은 채 깊고 포근한 잠으로 빠졌었구나 떨리는 손으로 손목에 채워 주던 새색시 어느덧 은빛 눈발이 내려앉고 내 넓어진 이마에는 바람이 지나간다 바늘의 궤적만큼 넓고 깊어진 애틋함 가끔은 지난날을 만져보는 것도 기쁨이다 인생도 가끔은 서랍 속에서 곤한 잠을 자다가 태엽을 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 3. 7.
너에게로 가는 길 너에게로 가는 길 초원을 지나 작은 마을을 지나고 고개 넘어 언덕에 올라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길 산새가 노래하고 미풍에 풀들이 속삭이고 나뭇가지 가볍게 손짓하는 길목에 작은 꽃들이 시냇물 되어 흐르는 길 혼자 휘파람 불며 가는 길 가끔은 비바람이 불고 마른 강을 건너기도 하지만 봄바람 동무하며 걷는 길 따뜻하고 밝은 길 너에게로 가는 길 2023. 3. 4.
내가 알지 못하는 계획 내가 알지 못하는 계획 동쪽 창에서 여명을 느끼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살짝 풍기는 꽃 냄새를 맡는 것도 창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에 시린 공기를 마시는 것도 버스를 기다리다가 전철로 바꿔 타는 것도 책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오후 간식으로 과자 하나를 반으로 쪼개어 따뜻한 홍차와 마시는 것도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 문을 나서는 것도 빌딩의 불들이 꺼지고 가로등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빌딩 사이로 초승달이 떠오르는 것도 내가 알지 못하는 계획이었구나 2023. 2. 28.
선자령 넓은 가슴 / 김탁기 선자령 넓은 가슴 대관령 높은 주차장에서 한 시간여 눈밭을 밟아 올라 백두대간 넉넉한 능선에 양팔을 벌리고 드러눕는다 해발 천여미터 백두대간 선자령 백두에서 힘차게 달려와 가쁜 숨을 내뱉으며 이땅에 넉넉한 가슴을 펼쳐놓는다 선자령은 살아 그 가슴이 펄떡인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고 동해의 찬란한 햇빛과 반짝이는 바람을 성큼 선물한다 깨어질 듯 파란 하늘에 정결한 정령이 깃든 백두대간의 드높은 정기를 한 번에 받는다 능선은 새하얀 눈밭과 푸른 하늘을 안고 꾸불꾸불 힘차게 달린다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강과 들이 막아서도 돌아서 갈 뿐 멈추지는 않는다 동해바다에서 가파른 준령을 힘껏 밀고 올라온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리는데 볼이 얼얼하여 시집살이보다 맵다 우람한 성상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저편 산등성.. 2023. 2. 25.
기도하고 싶다 기도하고 싶다 어느 순간 조용히 기도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그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새벽바람 소리에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한 알 한 알 묵주를 돌리고 싶다 한없는 말을 아무 소리 없이 손가락 끝으로 모으고 싶다 어디선가 새벽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따라 마음을 모으고 싶다 사랑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내 사랑하는 그 무엇을 위하여 인생은 외로우니까 외로움을 위하여 슬프니까 슬픔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다 나를 생각하는 그 무엇을 위하여도 기도하고 싶다 차가운 밤 가로등을 방황하는 가난한 마음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따라 내 가난한 마음을 조용히 떨어뜨리고 싶다 2023. 2. 22.
제비꽃 / 김탁기 제비꽃 / 김탁기 햇살이 부드러운 날 혹한을 피해 들어온 화분에 꽃이 아름다운 날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신다 향긋한 찻잔에 여유 한 토막 따스한 햇살 한 조각을 추가한다 햇살이 너무 고와서 꽃 한 송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 줄의 시를 읽는다 마음에 행복의 물결이 가득하다 부드러운 봄이 가슴에 출렁인다 봄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부드럽고 따스한 사랑을 가득히 담고 싶다 사랑을 잃은 사람을 만나 조용히 안으로 스며 다독여 주는 햇살이 되고 싶다 맑은 눈빛으로 꿈인 듯 물결인 듯 살포시 사랑을 나누어 주는 행복한 햇살이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2023. 2. 20.
순간순간을 눈부시게 순간순간을 눈부시게 오지 않은 세상은 온 것처럼 온 세상은 오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해 오늘은 찬란해야 하지 바람은 차고 시리지만 눈밭은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땅 속은 새싹이 꿈틀거리지 화사한 꽃 속에 열매가 꿈꾸고 있어 노을이 붉게 지더라도 여운은 뜨겁게 빛나고 있지 언제나 오늘을 살아야 해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지금은 춤출 수 있어야 해 오지 않은 세상을 온 것처럼 걱정하지 말고 온 세상을 오지 않은 것처럼 꿈꾸지도 말아야 해 2023. 2. 14.
두레상 두레상 밥 먹고 놀아라 큰 소리로 부르시는 어머니 목소리에 형과 나 조카 가족 모두 둥글게 두레상에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는다 호롱불을 가운데 두고 아버지는 큰 손자와 따로 겸상을 하고 어머니와 형수님은 두레상 옆 낮은 소반에서 저녁을 먹는다 안마을 밭에 거름을 내야하고 아랫마을 봉식이 아재가 장가를 간다고 하네요 따스한 호롱불 아래 두런두런 얘기를 하며 우리 집 저녁은 깊어간다 2023.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