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싶다
어느 순간 조용히 기도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그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새벽바람 소리에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한 알 한 알
묵주를 돌리고 싶다
한없는 말을 아무 소리 없이 손가락 끝으로 모으고 싶다
어디선가 새벽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따라 마음을 모으고 싶다
사랑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내 사랑하는 그 무엇을 위하여
인생은 외로우니까 외로움을 위하여
슬프니까 슬픔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다
나를 생각하는 그 무엇을 위하여도 기도하고 싶다
차가운 밤 가로등을 방황하는 가난한 마음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따라
내 가난한 마음을 조용히 떨어뜨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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