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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선자령 넓은 가슴 / 김탁기

by 탁구씨 2023. 2. 25.

선자령의 풍력발전기 우람한 날개를 돌리며 육중한 울움을 토한다

 
선자령 넓은 가슴
 
대관령 높은 주차장에서
한 시간여 눈밭을 밟아 올라
백두대간 넉넉한 능선에
양팔을 벌리고 드러눕는다
해발 천여미터 백두대간 선자령
백두에서 힘차게 달려와
가쁜 숨을 내뱉으며
이땅에 넉넉한 가슴을 펼쳐놓는다
선자령은 살아 그 가슴이 펄떡인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고
동해의 찬란한 햇빛과
반짝이는 바람을 성큼 선물한다
 
깨어질 듯 파란 하늘에
정결한 정령이 깃든
백두대간의 드높은 정기를 한 번에 받는다
능선은 새하얀 눈밭과 푸른 하늘을 안고
꾸불꾸불 힘차게 달린다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강과 들이 막아서도 돌아서 갈 뿐
멈추지는 않는다
동해바다에서 가파른 준령을 힘껏
밀고 올라온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리는데
볼이 얼얼하여 시집살이보다 맵다
 
우람한 성상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저편 산등성으로부터 성큼성큼 다가선다
한 무리의 붕새들이
삼천 리 날개를 가볍게 펼치고
날렵하게 창공을 휘젓는다
거대한 날개에서
천천히 위-잉 육중한 울음소리를
토하고 저 멀리로
길게 이어져 간다
선자령은 백두대간을 타고
언제나 청정 정결하다
 
(2023.02.20)
 

선자령 정상에서의 조망 동영상(풍력발전기가 우람한 소리를 내며 돌고 있다)

선자령의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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