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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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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막 원두막 물소리가 경쾌한 계곡 너럭바위에 누워 나뭇잎 사이의 조각하늘을 본다 두둥실 구름이 슬쩍슬쩍 들여다보며 뭐해 하며 지나간다 쉬고 있는 거지 이 한가로움 이 여유를 즐기고 있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 아니야 오늘은 그래 그건 의무이지 염소수염을 한 구름이 껄껄 웃는다 2023. 8. 13.
나무들의 잔치 나무들의 잔치 솔이 별이 달이 구름이 마을 앞 나무숲을 지나며 하나하나 이름을 부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대화를 기다리는 친구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정답다 늘 함께하는 그들 함께 흔들리고 함께 흐른다 나에게서 슬픔 을 외로움을 가져가고 갓 구운 신선한 이야기를 가져온다 솔이 별이 달이 구름이 내 친구들 그들은 나를 그들의 놀이터로 초대한다 이름 모를 작은 새도 초대되어 지지배배 그들 대화를 나눈다 오늘도 나는 나무들의 잔치에 초대되었다 신발을 벗어들고 고이고이 그들의 연회장으로 들어간다 감미로운 연주가 들리고 향긋한 내음이 유혹을 한다 정수리를 쪼이며 환영하는 햇볕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산들 바람이다 그들은 언제나 나를 초대하고 나는 늦은 밤에도 별을 헤며 한발 한발 발자국을 남긴다 2023. 8. 11.
잊지 못할 복숭아 서리 /김탁기 /자작나무수필 동인지 잊지 못할 복숭아 서리 /김탁기 /자작나무수필 동인지 중학교 1~2학년 여름방학 때쯤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동구에서 온종일 물놀이를 하거나, 바위를 건너뛰거나, 땅따먹기를 하며 놀고는 했다. 거의 아침에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배가 고프면 그때 집으로 들어가 대충 허겁지겁 먹고 다시 나오고는 한다. 동구는 우리 동네 어귀로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집채만 한 바위와 넓지는 않지만 암반 위로 흐르는 시내가 있는 곳이다. 여기는 우리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피서지이다. 여름이면 애들은 시내를 막아 물웅덩이를 만들어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느티나무 밑 너럭바위 위에서 큰대자로 누워 점심 후의 낮잠을 즐긴다. 그날도 물장구를 치고 자맥질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지치기도 하고, 물놀이를 하.. 2023. 8. 3.
도토리 키 재기 2 도토리 키 재기 2 오랜만에 만나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구수한 해물 파전과 막걸리 잔에 담아 걸판지게 마시니 소리는 자꾸만 높아지고 영업시간 끝났다고 쫓겨나 슈퍼에서 한 병 더 사들고 동네 놀이터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 붙들고 피우지도 않던 담배를 몰래 화장실 뒤에서 피우던 까까머리 그때처럼 어느 구멍가게 옆에서 몰래 연거푸 두 대를 피우고 버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까지 아까워 버스정류장으로 옮겨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도토리 얘기들 늦은 밤 막차에 쫓겨 겨우 버스에 오른다 (220802) 2023. 7. 30.
성모님과 길상사 관음상 성모님과 길상사 관음상 얼마 전 우연히 원로 조각가 최종태 교수님의 작품을 접할 일이 많이있었다. 최 교수 작품은 가냘프면서도 편안하고 뭔가 생략된 듯하면서도 빠진 것이 없다. 어떤 때는 약간 익살스럽기도 또 무표정하기도 하지만 다시 보면 깊은 순수와 숭고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재질이 차가운 대리석이나 청동이지만 부드럽고 따뜻하다. 조각에 문외한인 내가 감히 평할 수는 없고 무식한 나만의 느낌이다. 나는 생략된 듯하면서도 고상한 느낌이 좋아 우리 집의 성모님도 최 교수 작품이다. 전철 한성대입구역에서 북한산 방면으로 나서면 뿌리 깊은 마을 성북동이다. 마을 초입은 평범한 상가들이 어수선한 지역이지만 곳곳에 유서 깊은 문화 유적지들이 숨어 있다. 간송미술관, 운우미술관을 비롯하여 여러 곳의 미술관과 기념관.. 2023. 7. 25.
산행 2 산행 2 천둥을 치며 소나기를 쏟으며 탱탱해지는 장딴지 가슴에 푸른 바람이 분다 반갑고 장쾌하다 불쑥 안기는 가슴 산도 나를 기다렸나 보다 2023. 7. 21.
80년대 중동 일기 80년대 중동 일기 창으로 솜털 같은 구름들이 망망히 펼쳐진다. 처음 타는 비행기이다. 해외업무가 많은 회사에 입사하였으니 해외를 나가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를 위해 직장을 옮긴 것이 아닌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라고는 처음 와 본 곳으로 생소하고 어리둥절하다. 거기에 어리지만 정규 직원이라고 기능원들을 인솔하여야 하고 회사의 서류 등 소화물도 많다. 출국 절차는 회사의 담당자가 나와 익숙하게 처리하고 필요한 사항을 기계적으로 전달한 후 돌아가 버렸다. 사실 이번 해외근무는 계획과 달랐다. 이렇게 촉박하게 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막 첫 애가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갓 결혼한 아내나 첫 애에 대한 헤어짐이 아쉬웠고 사실 거주할 집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쩌면 내가 철이 .. 2023. 7. 17.
교육의 질은 선생님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 누구나 학창 생활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성장과정의 인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교직이란 숭고한 것이고 그만큼 사명감도 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선생님은 존경받아야 하고 스스로가 존경받을 수 있도록 소양을 갖추어야 될 것이다. 요즘 교육이 위기라고 한다. 선생님의 사명감과 학부모의 기대의 문제라고 본다. 단순히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느 경우에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교직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이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교직에서 은퇴하신 어떤 선생님들을 보면 재직 시의 책임과는 관계없이 교육자였다는 사실.. 2023. 7. 13.
박주 한잔 박주 한잔 / 김탁기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하늘 훈훈한 오뉴월 열기가 한가롭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누군가와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싶다 곰삭은 친구를 만나 수령 깊은 나무 그늘 아래 사방이 트인 오래된 사랑마루에서 해묵은 이야기를 한가로이 나누고 싶다 소반에 박주인들 어떠리 개다리소반 짠지 뼈다구에 젓가락 두어 개 걸쳐 놓고 하늘 동동 띄워 박주라도 한잔하고 싶다 무성한 녹음 사이로 하얀 하늘이 쏟아지고 어느 가게 앞 백구가 길게 하품을 하는 세상이 졸고 있는 고요한 여름날 오후이다 2023.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