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불 추억
모두 짚단을 들고
분주히 산봉우리를 오른다
솔가지가 노적처럼 쌓이고
휘영청 솟는 달에 불이 붙는다
인근 마을 봉우리에도 불길이 일어나고
불 연기 함성이 함께 하늘로 솟는다
우리 동네 불이 더 크게
검댕이 된 코 얼굴로 두 손 모아 소망을 빈다
잡귀와 액이 후다닥 달아난다
달이 중천에 오르고 이제 잉걸을 구멍 뚫린
깡통에 담아 빙빙 돌린다
이 마을 저 마을에 혜성이 돈다
궤도 이탈 혜성 하나가 길게
꼬리를 그리며 유성으로 날아간다
옷에도 달구멍이 숭숭 났다
정월 대보름 달-불이다
(달집태우기)
(우리 동네에서는 ‘망우리’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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