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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춤추는 여인들

by 탁구씨 2021. 3. 2.

현대 미술관 앞 호숫가에서 -아래의 흰 부분은 눈

춤추는 여인들

 

어느 장인이

실수로라도 거꾸로 도는 시계를 만든다면

은백의 설원 알프스를 걸어서 오르고

히말라야에 올라 정상에 태극기를 꽂겠다

타히티 여인이 되어 에메랄드 바다를 유영하고

석양의 바닷가에서 색소폰 소리에 맞춰

열정적인 춤을 추고 깊은 입맞춤을 하겠다

반 고흐가 되어 한쪽 귀를 자르겠다

베토벤이 되어 들을 말만 듣고

눈을 지그시 감고 교향곡 5번을 장엄하게

연주한 후 무아의 우아한 손을 들어 올리겠다

태평양 가운데 젊은 헤밍웨이가 되어 낚시를

던져 집채만 한 고래를 낚겠다

그 고래를 뱃전에 매달고 온전히 돌아와

동네잔치를 베풀겠다

손이sony 되어 결정적 한 골로 땀의 눈물을 흘리겠다

국립도서관 한 구석에 엎드려 한없는 잠을 자겠다

마더 테레사가 되어 갠지스 강에 몸을 씻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겠다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다면

언제나 식사 전 감사의 기도를 하고 일과 후에는

삼종 기도를 받치며 동네 들길을 하염없이 걷겠다

현실이 마음대로 안 되고 거부하면, 반항하고

미친개처럼 날뛰기도 하겠지만 훗날 후회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차분히 흐르는 강물을 관조하겠다

삶을 단조롭게 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겠다

시계가 거꾸로 돈다면 맑은 가슴으로

사랑하는 그대에게 긴 키스를 하겠다

(20210301)

 

타히티의 춤추는 여인들/폴 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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