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蘭)
향기가 있다는 것은
두고 온 아름다움이 있다는 거지
향기가 깊다는 것은
추억이 그만큼 깊다는 거지
남겨진 빚이 있다는 거지
향기가 난다는 것은
아름다운 간격이 있다는 거지
너와 나 사이에 딱 그만큼
돌아 서 있어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거리가 있다는 거지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은
그 거리가 멀지는 않다는 거지
아득한 향기
떠오를 듯 말 듯, 벽장에 숨겨놓은
고운 첫 사랑 같은 것이지
어디선가 날아오는 향기
그 향기의 주인공아
아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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