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시 & 짧은글

탈춤을 추다

by 탁구씨 2020. 9. 17.

 

탈춤을 추다

 

 

2호선 전철 안

서로 마주 보며 앉은 얼굴들

모두 얼굴의 반을 일률적으로 감추고 있는

말없는 석고 위의 가면상이다 두려움도

마주 봐야 하는 어색함도

보여주기 싫은 모습도 슬쩍 숨기고도 있다

 

누구나 탈바가지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만

저 감추어진 너머의 두려움

모두 가슴에 안은 채, 어깨에 멘

돌덩이 하나 있어

가려진 무표정으로 묵묵히 전철을 탄다

별빛이 숙명으로 던져 준 일상을 지고 가기 위해

그저 묵묵히 움직여야 한다

 

별은 뜨거움이 일렁이는 가슴도 주었나 보다

무표정의 저 얼굴 속에도 타오르는 불길 있어

묵묵히 갈 길을 간다

 

저 뒤편의 숨겨진

맨 얼굴의 사랑으로

 

(2020.9월 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쓰고)

'시 &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세레나데  (0) 2020.10.09
고구마  (0) 2020.09.20
유명산 계곡 교향악  (0) 2020.09.14
가을편지  (0) 2020.09.10
가을 엽서  (0) 202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