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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시골길(1996년)

by 탁구씨 2008. 9. 22.

 

 (1996년의 노트에서,  사진 2008.9.21)   

 나는 시골길을 좋아한다.
그것도 여름날 오후 석양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을 때가 좋고 거기다 분뇨 냄새가 간간히 섞인 바람을 맞으며 농촌 들길을 걸을수 있을 때는 더욱 푸근한 향수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태생이 시골이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여가만 생기면 들판으로 나가고 싶고 여행 중에도 그런 풍경을 만나게 되면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끔은 혼자서 차를 달려 들길로 나간다.
친구들과 함께 할 때도 있지만 그들은 '옛날 어려웠던 시절, 좋지않은 추억만 되새겨 진다'며 오히려 분위기만 깨뜨리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어떤 때는 나의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성장환경을 보여주고 싶고, 또 자연에 대한 순수함과 친근감을  길러주고 싶어 데려 나가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역겨운 냄새나 혐오스러운 벌레, 깨끗하지 않은 환경등에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골길 뿐만이 아니다.

그를 포함한 자연과 관계된 것은 다 좋아 한다.
자연 가운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것, 구비처 흐르는 강줄기를 더듬어 보는 것도 좋아하며 하릴없이 들판을 어슬렁거려 보는 것도 좋아한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출장이나 발령등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활동 반경내의 산과 들은 전부 돌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것은 내 취미가 등산과 여행이라는 것과 연결 된다.

지금도 틈만 나면 등산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은 건강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냥 산과 들이 좋아서 한다.
높은 산 정상에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겹겹이 둘러 처진 산봉우리들, 그리고 하늘의 구름과 들판들은 단순한 건강이나 성취감 뿐만아니라 더하여 편안함과 후련함을 준다.
요즘 들어 시간 때문에 좀더 먼 거리에 있는 산은 가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퍽 아쉽다.
 

 그리고 꽤많은 여행도 한다.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아래 가족들과 함께 길게 뻗어 있는 도로(특히 고속도로중 복잡하지않는 88고속도로등)를  달리며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신나면서도 느긋한 순간을 좋아하고,

흰눈이 살풋이 뿌려있는 산사나 유적지를 찾아 옛것을 돌아보며 조용히 마음을 추수려 볼 수 있는 서정적인 여행을 좋아하며,

최근에는 시골장이나 도회가운데의 시끌벅적한 사람사는냄새가나는 그런곳도 좋아하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자연과 함께 하며 그 속에서 동화되어 살아가는 생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1996년의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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