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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Slow-Life

by 탁구씨 2008. 3. 3.

 

  '있는 그대로 천천히.., 뭐 그렇게 살고자 한다.'

그것이 몇 년 전 내가 뚜렷한 동기 없이 바꾸어보고 싶은 인생관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 있는 그대로, 아니 있던 그대로 ....'  

한번쯤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그 사고, 그 방식대로 되돌아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f렬하게 들었다.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사회에

특히 이기와 아집에 얽혀있는 조직사회, 그 구성원에 회이가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겪을 만큼 겪고 다듬어질 대로 다듬어질 만한 나이,

그리고 그래도 사회에서 한 곳, 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있는 위치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무척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넋두리인지도 모른다.

문득 어둠이 내리는 겨울날, 들판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 때에

사랑 방 부엌에서 소죽을 끓이며 군불을 지피고 있는 자신을 본다.

아내는 안방 부엌에서 불을 때어 커다란 무쇠 솥에 밥을 짓는다.

조금 후에는 자반고등어 한손을 석쇠에 담아 사랑방 숯불에

구우라고 건네줄런지도 모른다.

곧 어두컴컴한 호롱불 아래 더듬거리며 저녁을 먹고

저녁밥을 지은 무쇠솥에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을 마신다.

저녁에는 고구마나 무, 때로는 뒤꼍에서 홍시를 내어다가 간식을 한다.

얼음이 씹히는 홍시, 그것도 살짝 상하면 새콤한 맛이 참 별미이다.

 

늘 아침은 바쁘다. 식사를 할 마음도 시간도 없다.

수십 년을 선식이나 녹즙 따위를 마시고 출근을 한다.

그래도 그것이라도 마셔야 한다고 신경 써주는 아내가 무척 고맙기는 하다.

언제부터인가는 아침을 꼭 먹는 것이 좋다기에 떡 한 덩어리를 곁들인다.

종일 수시로 커피를 마셔야 하고, 점심은 구내식당 아니면

늘상 사무실 주변의 그렇고 그런 메뉴로 떼 운다.

된장도 먹어보고 조금 용기를 내어 조금 비싼 메뉴를 택해도 본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조미료와 바쁘기 만한 상혼이 묻어있다.

저녁에는 소주를 마셔야하고 어떨 때는 수십 도의 독주를 마셔야 한다.

몽롱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찌뿌듯한 몸으로 또 출근을 한다.

 

수십 명의 입맛을 한꺼번에 맞추어 끓여내는 비싼 식당 음식 보다가는

볼품없고 불결해보이기까지 해도 정성 들여 끓인 된장이 먹고 싶다.

차도 커피 보다가는 숭늉,

아니 요즘에는 최소한 티백이 아닌 끓인 녹차라도 되었으면 한다.

눈을 어지럽히는 요란한 식당,

언제라도 들어가 주문만하면 즉시 나오는 음식들.

이름으로는 짐작도 되지 않는 패스트푸드들,  나는 그런 것이 싫다.

그래서 혼자가 되거나 어쩌다 식사시간을 놓친 때는 아예 굶어 버린다.

그럴듯한 식당이나 생소한 비싼 식사 보다가는 전통적인 식사를 좋아한다.

양식 보다가는 한식이 좋고, 한식 중에는 잘 차려진 정식보다

천천히 손맛을 들인 전통 두부요리 같은것을 좋아 한다.

같은 연유로 라면같은것도 물론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서 라면을 끓일 때는 꼭 국수를 섞어 넣으라고 한다.

 

영원한 꿈으로 남을 런지는 모르지만 시골에서 살고 싶다.

이미 물들어 버렸기에 도회에서 너무 멀지 않은 시골에서 직접 흙으로

한옥을 짓고, 방 한 칸쯤은 나무를 때어 군불을 때고, 부엌에는 무쇠 솥을 걸어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무쇠 솥 밥을 해 숭늉을 끓여 먹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워 반찬으로 하고, 이왕 하는 김에 가끔은 호롱불도 켜 보고 싶다.

사랑방에는 잘 다듬어진 녹차를 챙겨놓고 수시로 물을 끓여 마시고 싶다.

커피에 물든 독한 입맛을 헹구어 내고 부드러운 고유의 입맛으로 바꾸고 싶다.

자주 오는 친구에게는 차를 끓여 함께 마시고,

가끔 오는 친구에게는 정성들여 술을 빚어 놓았다가 사기주발에 부어 나누고 싶다.

 

천천히 사는 시간들.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생활.

욕심도 없고 욕심 낼 일도 없는 삶들.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해나 아집없이 그냥 훈훈한 정을 풍기며 인간답게 사는 것.

그냥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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