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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눈(2/7일)

by 탁구씨 2006. 2. 7.

아침, 커텐을 제치니 기대대로 온천지가 흰눈으로 덮혔다.

난 눈이 좋다.

조용히 내려 쌓이는 평화로움이 좋고, 나뭇가지에, 지붕위에, 잔디밭에

소담스럽게 쌓여있는 풍요로움이 좋으며  순백의 순결이 좋다.

 

눈이 오는 날이면 난 바로 카메라를 찾는다.

괜히 사진으로라도 찍어두고 싶어진다.

오늘도 잠옷 바람으로 베란다에서 현관에서 복도에서 몇판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난 출근을 해야하니 낮에 캠코더로 좀 찍어 줄것을

부탁하고 사무실로 나왔다.

 

올해는 일부지역에는 폭설로 재해가 컷지만 이곳은 눈이 좀 적었던것 같다.

오후에 잠간 밖을 나가 보니 이제 바닥의 눈은 다 녹았고 나무가지에는

그냥대로 소담스럽게 쌓여 있다.

이런 날은 시골에 가면 좋은데....

 

누군가의 책에서 눈이 오는 날이면 시골의 산골짜기는 수난을 겪는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쌓인 눈의 무게를 못이겨 밤새 쩡쩡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린다고 한다.

그는 그 소리가 수많은 세월이 무너지는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찢어진 상처를 보는것이 안타깝다고 했던것 같다.

산에사는 동물들에게도 먹이 때문에 수난이라고 하던가?

 

그래도 난 이기적이게도 시골의 눈이 좋았던것 같다.

특히 소나무 가지에 소담스레 쌓여 있는 눈이 좋고

모든것이 덮혀버린 순백의 들판이 좋았던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집앞의 들이 긴 밭이랑만 희미하게 보이며 덮혀있고

건너마을 초가집은 통째로 눈더미 이다.      그리고 앞에 산도..

 

이런 날이면 난 가래를 들고 나가 마당의 눈을 치웠고

곧이어 들판으로 나가 발자국으로 꽃무늬를 그리거나 연을 날리기도 했다.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 이기도 하고 바로 지금도 있을것 같은 이야기 이다.

단순히 내가 거기에 없을 뿐이다.

오후 갑자기 상당한 감상에 접어들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보니 어제 답사여행을 간 한 친구는

여행자체에 지장을 받기는 하겠지만  설경은 마음껏 감상 했을것 같다.

정서도 그렇고 좋은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끝없는 추구와 탐구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단지 그의 주위에 상존하는 많은 기회가 자꾸만 높고 새로운 경험으로 학습 될 때

나로서는 조금 염려 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오늘의 눈이 금년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것 같다.

요즘 너무 생각속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것 같아 아쉽다.

계획했던 여행도 요즘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어찌 위태하다.

너무 맥없는 시간을 보내는것 같아 새벽에 좀 일찍 일어나자고

다짐 했던 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늦잠은 계속되고 있다.

몇년전 풀린 긴장이 쉽게 다잡아 지지 않고 있다.

봄은 또 느슨해지기 쉬운 계절이니 봄이 오기전에 페이스를 회복해야 되겠다. 

눈이 아직 덜 그쳤나, 지금도 하늘이 맑지는 않다.

올려면 한번만 더 제대로 왔으면 좋겠다.   

                                                                               2006.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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