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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라일락 향기(4/30)

by 탁구씨 2006. 4. 30.

일요일 아침 현관을 나서니 진한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아파트 앞 성당으로 가는 길목엔 오래된 라일락 나무가

여러그루 있고 자주색 꽃이 탐스럽게 피었으며

그 향기가 온통 세상을 진동 한다.

 

봄날 라일락 향기가 전해오니 어떤 전율 같은 것을 느낀다.

그 어떤..,

가슴 저밑에 숨겨져 있던 아련한 추억 같은 것과 함께

뭔가 좋은 일이 일어 날것 같은 꿈틀거림 같은것이 느껴 진다.

 

라일락이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작은 들뜸이 느끼지며

그 향기가 저 멀리서 살짝 바람에 섞여 코끝을 스칠땐

이미 익숙한 추억이 되어 가슴 깊은곳에서 부터 아스라한

향수 같은것이 피어 오르며 약간은 흥분을 가지게 된다.

 

내 어린시절, 작은 누님집에 기거하며 멀리 고교를 다닐때

난 넉넉치 않은 생활에 학교에서 뒷골목을 걸어 등 하교를

하곤 했는데 그 골목, 오래된 한옥들이 즐비한 그 골목엔

유달리 라일락이 많았었던것 같다.

 

사 오월이면 진달래 철쭉이 지천에 흐드러지는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향기는 없었기에

유학차 도회에 나와 처음 접한 진한 라일락 향기는

이국적이면서도 황홀한 만남이 었다.

멀리서 날아오는 향기에 처음엔 무슨 냄새인가 호기심을

느끼다가  나중엔 정신이 몽롱해지도록 진한 향기에 취해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내일이면 오월, 어김없이 사 오월엔 라일락이 핀다.

라일락이 만개하고 그 향기가 동네를 진동 할땐

많은 추억들이 있다.

내 어린시절  담장을 넘어 오던 자주색 꽃과 그 향기가

생각나고 그시절을 회상 해보고픈 깊은 충동을 느낀다.

정말 순수하고 꿈많은 소년이었다.

 

누구에게 쉽게 접근도 못하는 철저한 촌놈이었으며

모든것이 새롭기도 하고, 그러나 알고 싶고, 갖고 싶고,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으며 다 이루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앞집 교회에도 라일락이 있었으며 윤식이 남식이 호윤이

등이 자주 만났다.

윤식이는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다 던가, 남식이는

금융기관에 있다가 명퇴를 하고, 호윤이는 소식을 모르겠다.

 

부근 모 군사령관 관사가 있고 그곳엔 아버지가 관리인 인

친구가 있어서 거기에 잠시 기숙을 하였는데 그곳엔 진짜

라일락 나무가 많았었다.

그곳에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많이 썼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들을 얼마전 수십년만에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래된 우리학교, 그리고 맞은편 언덕위에 항상

우리들과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가던 여자고교 등등

많은것들이 생각난다.

 

오늘 진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갑자기 많은 것들이

생각나고, 하고싶은 일들도 생각 났다.

일단은 휴일이니 모든것을 간단히 정리하고 야외로 나가야

겠다.

그것도 조금 멀리, 그러나 너무 목적를 뚜렷이 세우지는

말고 부담없이 다녀와야 겠다. 그리고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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