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허공을 울리는 나의 광기를
하늘을 향한 삿대질을 가슴에 잠재우고
고요히 갈 길을 가자
북풍 찬바람이 가슴을 후벼 파고서야
은하수 흐르는 소리를 들었느냐
초승달의 차갑고 고요한 노 젖는 소리를
이제야 보았느냐
북풍이 불어 가슴을 에이더라도
너는 고요히 서 있어야 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 탓을 하겠느냐
유유히 온몸으로 받으며 안아 들이지 않더냐
내 영혼의 소리를 들으라
저 깊은 땅속에서 올라오는
흔들림 없는 초연한 침묵이 되어라
나무는 속으로 나이를 먹는다
속으로 단단해져 묵묵히 동구를 지킨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땅 속 꿋꿋이 박고서
온 몸으로 세상을 본다
세상이 흔들었다지만
그것은 네가 흔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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