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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초연

by 탁구씨 2022. 2. 24.

 

초연

 

허공을 울리는 나의 광기를

하늘을 향한 삿대질을 가슴에 잠재우고

고요히 갈 길을 가자

북풍 찬바람이 가슴을 후벼 파고서야

은하수 흐르는 소리를 들었느냐

초승달의 차갑고 고요한 노 젖는 소리를

이제야 보았느냐

북풍이 불어 가슴을 에이더라도

너는 고요히 서 있어야 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 탓을 하겠느냐

유유히 온몸으로 받으며 안아 들이지 않더냐

내 영혼의 소리를 들으라

저 깊은 땅속에서 올라오는

흔들림 없는 초연한 침묵이 되어라

나무는 속으로 나이를 먹는다

속으로 단단해져 묵묵히 동구를 지킨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땅 속 꿋꿋이 박고서

온 몸으로 세상을 본다

세상이 흔들었다지만

그것은 네가 흔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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