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미워할 이유가 없다
한겨울 큰 건물 앞
무엇이라도 해보려다가
코로나로 부득이 철수하는 솜털 같은 청년에게
한 부인이 자신이 부담해야 할 서푼 수리비를
어거지로 받아낸다
숯 검댕이 같은 눈썹
어느 외과 작품이 분명한 얼굴에
번쩍이는 보석을 목과 손가락에 두르고 온몸을
온통 모피로 감싼 귀부인이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조물주 위의 졸부 피 한 방울 안 나올 도도함
나는 그 고상한 귀부인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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