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네가 보고 싶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역 앞 느티 그늘에 앉아 너를 기다린다
약속에 먼저 도착했다는 것은 다행한 일
맑은 하늘이 나뭇잎 사이에 가득하다
기차가 덜커덕 지나간다
두 줄을 그으며 먼 산을 돌아간다
가끔은 팽팽히 긴장하기도 하지만
철길은 늘 두런두런 대화하고 마주 본다
이 세상이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언제나 균형을 유지하는 딱 그만큼의 힘
우리가 어디에서도 다투지 않는 것은
그만큼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서산 위로 부풀어 오르는 뭉게구름
다시 그늘에 앉아 기차를 기다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토닥이고
토닥이기 때문에 사람이다
사랑은 기차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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