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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간격

by 탁구씨 2020. 12. 7.

 

간격

 

 

네가 보고 싶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역 앞 느티 그늘에 앉아 너를 기다린다

약속에 먼저 도착했다는 것은 다행한 일

맑은 하늘이 나뭇잎 사이에 가득하다

 

기차가 덜커덕 지나간다

두 줄을 그으며 먼 산을 돌아간다

가끔은 팽팽히 긴장하기도 하지만

철길은 늘 두런두런 대화하고 마주 본다

이 세상이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언제나 균형을 유지하는 딱 그만큼의 힘

우리가 어디에서도 다투지 않는 것은

그만큼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서산 위로 부풀어 오르는 뭉게구름

다시 그늘에 앉아 기차를 기다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토닥이고

토닥이기 때문에 사람이다

사랑은 기차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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