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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나는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by 탁구씨 2018. 11. 19.


   어느 때부터인가 자존감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퍼져 있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미덕이던 겸손과 양보가 현재는 오히려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 스스로가 자신이 귀하다는 것을 알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고 행복감을 높일 수 있으며 사회 속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자존감을 잃어버리면 금방 도태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어 ‘나는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음을 본다. 모두가 자기중심이 되어 자기가 제일이고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팽배해 가고 있으며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 스스로가 좌절하고 문제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이렇게 된 경위는 급변하는 다양한 시대적 요구를 각종 교육적 시스템이나 의식구조가 미처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우선 가정에서 문제점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육아 때부터 성장기까지 국가와 주변으로부터 많은 지원과 관심을 받으며 부모는 자녀를 거의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 교육한다. 자녀가 원하는 것은 모두 해주려 하며, 항상 주변과 비교하여 자기 자녀가 부족한 상황은 용납하지 않는다. 공중질서에서도 자기 자녀의 잘 못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또한 일시적으로라도 불이익을 받는 일이 있으면 성장이나 교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부모가 자녀와 함께 공분한다.

   항상 자기 자녀가 일등이 되기를 원한다. 자녀의 개성이나 자녀의 입장에서 원하는 바는 오히려 무시된다. 어떤 면에서는 참 긍정적이다. 부모의 사랑 안에서 자신감을 길러 주고 성장기의 문제점도 조기에 발견할 수가 있으며 화목하고 보기 좋은 가정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금의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우리의 경제력이 향상된 이유도 있지만 인구 감소기를 맞이하여 부모의 육아와 자녀 교육을 도와 인구절벽을 막으려는 정책의 방향인 듯도 하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과보호 상태로 키우다 보니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이들의 정신세계가 약화되는 것 같다. 의존적이고 독선적이 되어 사회적 위험에 당면하였을 때에 대처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거의 온실 같은 곳에서 자라온 세대가 이 복잡한 세상을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최고인 줄 알면서 성장해 왔는데 사회는 심각한 경쟁 상태이고 모두가 최고이니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존심은 있으되 부딪혀서 돌파하겠다는 의지는 부족하다. 그래서 좌절하여 자포자기(自暴自棄)하거나 스스로 분노가 쌓이고 드디어는 그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돌출시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는 자살문제라든가 묻지 마 폭행 같은 것이다.

   부대끼며 살아온 세대는 면역이 생겨 한발 물러설 줄도 알고 객관적으로 볼 줄도 알며 다시 도전할 의지를 키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것이 없다.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는 대중성이 결여되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의 자신의 아집 속에서 살고 있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러한 현상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성을 느낀다. 우선 학교, 가정, 사회를 총망라하여 교육을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어쩌면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의 교육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면에서는 참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사랑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랑은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좀 더 객관적이어야 하고 좀 더 장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교육에서는 학교에 대한 교육적 자율권을 더 할애하는 것은 어떨까? 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간섭은 완전히 배제되었으면 한다. 어느 정도의 엄격함도, 선의의 교육적 체벌도 필요할 것 같다. 좀 더 독립성과 강인함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자질 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교육자적인 인성과 소양을 갖추지 못한 교육자는 퇴출되어야 하며, 자격증이 교육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립되었으면 한다.

   가정교육은 당연히 사랑이 주가 되어야겠지만 감정적이기 보다 객관성도 병행되어야 할 것 같다. 자녀의 불이익은 무조건 참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려 하며, 자기 자녀가 모든 분야에서 최고여야 된다는 생각은 바뀌었으면 한다. 자녀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일 것이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중질서를 지켜야 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사회 교육 또한 몫이 크다. 사회 전체가 교육에 대하여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생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자녀들은 사회 속에서 보고 경험하며 성장한다. 그들이 우리의 뒤를 이어갈 당사자들이다. 바람직한 교육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때에 구체적인 제도가 형성되고 참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요즘 들어 많이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성장과정의 교육에서 오는 사회성 부족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존감이 중요하지만 ‘나는 있으되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인성’은 언제나 자신과 사회를 동시에 파괴할 수도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의 신중한 각성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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