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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독서 한담 Ⅱ (讀書 閑談 Ⅱ)

by 탁구씨 2018. 10. 24.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근래에는 환경 변화 탓인지 녹음이 남아 있는 채로 어떤 곳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또 어떤 곳은 이미 잎이 말라가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가을은 짧다.

가을이라고 느낄 여가도 없이 훌쩍 겨울로 접어든다.

인간의 이기와 욕심의 결과로 우리 절기가 이미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이다.


2018년 새해를 시작하면서부터 하나의 계획을 실행 중이다.

매일 성경의 일정 부분을 읽고 묵상한 다음, 그 나름대로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일 년간의 계획이다.

나는 이를 매일 한 두  시간 정도 하기로 했기에 일기라고도 하고, 계획을 지키기 위해 숙제라고도 부른다.

종교적인 계획만은 아니다.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여 저녁시간에 TV를 좀 멀리하고 책을 읽거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목적도 있다.


지금이 10월 하순, 지금까지는 그냥대로 약속을 지켜 온 것 같다.

숙제이기에 가능하면 시간을 못 채우거나 결론을 얻지 못하더라도 빼먹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때 부득이하게 빠지는 날도 있어 이런 날은 허전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부담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기에 정신적으로 구속감은 없다.

처음에는 자신과의 약속도 있고 하여 어거지로 시작하기도 했었지만, 어느 순간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이젠 그 시간이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퇴근 후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어느덧 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책상에 앉게 되고 집중하여 읽고 쓰다가 보면 밤이 깊어간다.

집중이 잘 되지 않거나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지만 이것이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화두’구나 라고 생각해 보니 재미도 있고 느낌도 좋다.

 

그 과정에 연관하여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성경이라는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다가보니 싫증이 나는 경우가 있어 다른 책을 아무거나 뽑아 펼쳐지는 대로 읽게 되었고, 요즘은 이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이렇게 좋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아무 것이라도 빼서 아무 면이라도 제치면 공감이 가는 대목 들이다.

그 중에서 우연하게, 특별히 손에 잡힌 두 권의 책이 있다.

그 두 권의 책을 금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숙제와 병행하여 붙들고 씨름을 한다.

같은 작가의 같은 류의 책인데 진도는 잘 나가지 않는다.

나름대로 정독을 해 보려고 한꺼번에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이 정독이지 읽을 때는 이해해가며, 또한 문장이 수려하여 외우겠다는 태도로 덤비지만 엊그제 것도 기억할려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새로운 습관이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전 날의 희망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나이가 들면 교외에 조용한 단독주택을 짓고 2층에 서재를 마련하여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서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창가로 전원 풍경이 보이면 좋겠다.

햇빛이 잘 드는 안락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책을 보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