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 閑談
기다리던 비가 이제는 폭우가 되어 쏟아진다.
걱정도 되지만 창문을 열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견딜만 한 날씨이니 저녁 보내기가 한결 부드럽다.
금년 여름, 110년만의 무더위라지만 그래도 그 혹서기에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어느 때인가부터 퇴근 후 책을 본다.
TV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서 새로운 비전이나 미담 보다가는 오로지 청산, 보복의 정치판 뉴스이니 마음이 상하여 아예 TV를 보지 않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책상위에 앉아 어수선한 주변 정리를 하다가 보니 책을 읽게 되었다.
무더위에 옷을 훌훌 벗어놓고 스탠드를 밝힌 다음 책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이렇게 좋은 책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기는 그간 수십 년 동안 언제인가는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책이든 버리지 않고 모아 왔다
그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늘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일단 책을 읽을 기회는 많이 갖지 못했다.
우선 책을 접할 수가 없었다.
어릴 때는 도서관 등도 없었고 책을 사서 읽기에는 책값이 내 기준에서는 너무 비쌌다.
이 는 초, 중, 고, 대의 학창 시절은 물론이고 그 후에도 한동안 마찬가지였다.
시골을 떠나 도회 생활을 하면서도 책방을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냥 들어가 이것저것 펼쳐보고 서성이다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습관은 경제적으로 별로 어렵지 않은 중년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선 뜻 책을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 비슷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입시에, 직장 생활에서는 업무에 쫓겨 사실 시간도 되지 않았고 시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느긋이 책을 읽을 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
대신 책에 대한 애착은 매우 강했다.
구매하거나 어떤 기회로 소유하게 된 책들은 매우 애착을 가졌고 귀중하게 보관 하였다.
그래저래 보관한 책들이 많이 쌓였다.
나는 쌓여가는 책들이 매우 흐뭇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한동안은 책을 버려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부득이한 이유로 내 인생 두 번의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이 때 상당히 불편한 짐이 되었다.
그때마다 할 수 없이 몇 번씩 망설여가며 골라내어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의 이사 중에 한 1-2천여권을 정리한 듯하다.
지금 이제 일 천여 권 남짓 남아 있다.
그런데 책에 애착을 가지고 모으고는 했지만 실재 모은 욕심만큼 읽지는 못했다.
학업과 생활 때문에 항상 마음은 있어도 실재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마음도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
요즘 기회가 있어 다시 책에 관심이 생겨 조금씩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 책장에도 내가 안본 책들이 태반이다.
정말 좋은 책들이 많은데도 놀랐다.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책이 없고, 이런 것은 없을까 하고 찾아보면 어김없이 있다.
이제 이런 책들을 읽어 무엇하려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더 일찍 이 책들을 보았더라면 내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 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 본다.
다행히 이제 100세 시대라니 웃자고 비교해 보니 겨우 중년을 지났을 뿐이다.
내 인생의 3분 1이 아직 남아 있다.
그것도 이제 남은 인생은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는 세월이다.
지금이라도 읽어 가다가 보면 남은 인생을 조금은 단조롭지 않게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전문서적이나 비즈니스 서적, 처세 서적처럼 목적적인 책은 대부분 버렸다.
그렇지 않은 인문 사회학적인 책들은 현재의 내 생활이 좀 더 지혜로울 수 있도록 읽는다.
누군가는 나이 들어 책을 읽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도 할 것이다.
나이 들면 학력의 평준화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들었지만 사용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꼭 알기위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의 채우지 못한 지적 공허를 채우기 위하여 읽는다고 하자.
사실 나이들어 이만한 취미도 없는 것 같다.
단순한 시간보내기가 아니라 그동안 하지못했던 일들을, 그것이 책읽기라면 더욱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다시한번 살아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단순한 생각이지만 혹시 자꾸 읽다가 보면 쓰고 싶기도 할테고, 그동안 써온 것들까지 함께 정리하면 꽤 괜찮은 한 권의 책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목적은 물론 아니고 내 인생의 기록이랄까,
아니면 내 뒤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일이라도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누군가 읽어만 준다면 만족일 것이고, 혹시 공상이지만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누가 찾아주기라도 한다면 내 인생 후반의 또 한 번의 만루 홈런이 아니겠는가.
(2018.8.28 밤, 바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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