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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홀로하는 등산, 나름 묘미가 있다.

by 탁구씨 2017. 9. 7.

홀로 하는 등산 나름 묘미가 있다.


산 정상에 도착했다.

평일이지만 이외로 등산객들이 많다. 

예쁜 여인네들도 있다. 앞선 여인네의 뒤만 처다 보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출발할 때 몇 사람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통보라 동행을 구하지 못했다.

혼자 하는 산행도 나름 묘미가 있다.

여럿이 오르면 힘이 덜 들고 재미도 있으며 스트레스도 더 많이 해소된다.

반면 혼자 오를 때에는 온전히 자연 속에 묻혀 오롯이 자연을 탐미하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등산은 물론 힘이 든다.

들머리에서는 가볍게 입산하지만 오래지 않아 산 중턱을 넘어서면 체력이 소진되어 가슴은 터질 듯하고 허벅지에는 통증이 오며 땀이 비 오듯 떨어진다.

그러나 산은 힘든 그 이상의 결과를 준다.

한발 한발 오르는 발길에서 희망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고, 떨어뜨리는 땀방울에서 욕심과 원망과 걱정을 함께 버릴 수 있다.

운동은 오히려 여벌이다.


또한 정상 도착 후의 탈진 직전의 그 무의식 세계는 환희와 성취로 가득하다.

오르는 중에 카톡으로 한 친구의 생일소식을 들었다. 역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어느덧 우리에게도 적지 세월이 흘렀다.

나이들이 인생의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고 시간날 때 등산하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다행이다.

매사에 감사를 느낄 뿐이다.

이만 하면 되지 않을까?


등산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중에 소설가 마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은 우리사회가 공공연하게 표현하기에는 낯설어하던 표현을 작품 속에서 자유롭게 하여 개인적으로는 불이익도 받고 여러 가지 화제가 되었던 분이다.

그분이 돌아 가셨다.

마냥 자유로웠었을 것 같은 그분에게도 하지 못하고 버리지 못한 욕심 같은 것이 있었을까.

그 모든 것을 그냥 무시하고 초월한 순수 문학적 결과일까 아니면 항변이었을까.

아니면 용서하지 못한 일도 있었을까?


나는 과연 홀가분한 상태일까.다행히 특별히 마음에 남는 찌꺼기는 없다.

누구와 다투어 본적도 누구에게 악의로 피해를 준적도 생각나는 것은 없다.

아, 한번쯤은 있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에 준하는 실망스러운 일이 있을 때에 원망을 참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러 번 내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 용서가 제일이라고 충고해 준 친구 등이 생각난다.

역시 인간은 관계 속에 더불어 사는 동물이다.

물론 어떻게 전개 될까하고 재미있어 하는 놀부 친구도 있었지.

그래 역시 용서가 제일이다.


이만큼 세월이 흐르고 나니 역시 인생에서는 버리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그 순간순간이어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상황은 또 바뀔 것이다.

나쁜 감정, 나쁜 기억을 가슴에 담고 있으면 자신만이 괴롭고 힘들게 된다.

순간순간이 행복해야 자신의 일생이 행복하고 또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도 행복해진다.

행복은 전염된다고 하지않던가?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한 때에는 모든 것을 절제하고 인내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훗날을 위하여 저축만이 미덕이었다.

그러다 보니 순간은 언제나 자기 감정을 감추어야 했고 경제적으로는 부족했다.

당연히 그 때는 불행하지는 않았더라도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도,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누리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매 순간순간이 쌓여 영원을 이룬다. 

그 순간이 행복하여야 되고 이는 곧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바람이 시원하다.

녹음은 짙어 질대로 짙어져 온통 푸름의 바다이다.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아직은 더위가 남아 있다.

그 끝자락 더위가 산위에서는 오히려 선선하여 상쾌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홀로 산을 올라 땀을 훔치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켜켜이 펼쳐지는 녹음의 산과 뭉개 뭉개 피어오르는 구름과 코끝을 스치는 솔 내음과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 가벼운 상념에 잡히게 한다.

<2017.9.7. 모바일로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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