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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영암 아리랑의 월출산을 산행하다

by 탁구씨 2018. 10. 3.

영암 아리랑의 월출산을 산행하다.

처음 월출산 등산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저 남해안에서 가까우니 나지막한 산 정도로 생각했고, 또한 서울에서 360km의 원거리기에 평소 산행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을날에 풍요로운 남도의 들판을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생각대로 고속도로를 달리자 남도의 너르고 풍요로운 가을 들판이 펼쳐진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남서 지방은 들판이 참 너르다. 그래서 남서지방의 사람들은 풍요로운 농토를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넓고 각박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왔다.

반면에 동북지역은 산이 많고 들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상공업이나 특용작물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지난 1970년대의 개발 정책에 편승하여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유리했었으리라는 색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실제 섬유, 전자, 자동차, 제철, 조선 등의 상공업이나 밭에서 주로 나는 특용 작물은 한반도의 중동부지역에 주로 분포했었다.

물론 근래에는 이 상공업도 수도와 가깝거나 해상운송 등 교통 물류의 이동이 편리한 남서지역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


무려 4시간 이상을 달려 월출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선입견이란 정말 오류가 많다. 남서부 지역은 주로 평야 지대이니 높고 험하거나 대단한 조망을 가진 산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는 월출산은 바위가 많고 가파르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저 그 지역의 높은 산 정도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산행 시간이 흐르며 이 생각은 점차 바뀌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암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중턱에 올라서자 웅장한 암벽들이 앞을 막는다. 산 아래로는 영암읍내와 주변의 풍요로운 들판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절경이다.

한참 영글어 가는 황금물결의 너른 들판과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 그리고 군데군데의 마을 들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 그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조금 더 오르면 이제는 전체의 산들이 아기자기한 암봉들로 이루어 졌음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설악산 공룡능선을 연상케 된다고 했고, 실재 규모면에서는 조금 적을지 모르나 그 느낌은 설악산과 비슷하다.

어떻게 평야 가운데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또한 웅장하기도 한 암봉이 솟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연 현상이란 인간의 생각으로는 그 끝에 미치지 못한다.

그 옛날 호남정맥의 거대한 암류가 남해바다와 부딪치면서 솟아올라 형성된 화강암이 오래 세월을 지나며 지금처럼 형성되었다고 한다.


월출산 등산은 눈에 보이는 경관이 장관인 만큼 등산로 또한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험하기도 하다. 주로 능선을 타고 오르나 많은 구간이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야만 한다. 일부 정상 구간에서는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이를 감안하여 설치된 철제 난간 대에 의지해야 만 했던 난이도가 높은 산이다.

당연히 난이도가 높은 만큼 등산의 묘미나 스릴이 있고 펼쳐지는 경관 또한 대단하다.

단지 철제 사다리가 너무 많아 이 부분은 자연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그 사다리가 없으면 접근할 수가 없으니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능선 부위의 많은 부분이 날카로운 암봉으로 형성되어 짧고 긴 철제 난간 대에 의지하게 된다.


드디어 월출산 정상 천황봉(809m)엘 도착했다.

사방이 트이고 주위는 온통 황금색의 평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쪽으로는 희미하게 서해안 수평선이 보인다.

널따란 너럭바위에 땀을 훔치며 앉으니 일어서고 싶지를 않다. 그러나 갈 길이 있으니 아쉬움을 남기며 인증 샷을 한 다음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길도 가파르고 돌이 많으며 중간 지점인 구름다리까지 2시간여의 시간이 소요되며 쉽지 않다.

한참 후 구름다리에 도착 했다. 구름다리는 관광을 겸한 단순한 교량이라고 보더라도, 그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깎아지른 바위로 병풍을 이루고 있는 월출산 천황봉의 조망은 대단하다.


구름다리에서 땀을 훔치고 잠시 쉬며 월출산 조망을 충분히 한 다음 다시 하산하여 30여분 후 천황사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월출산은 영암시내를 인접하고 있어 시내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바라보니 산 이름대로 금방 달이 산위로 올라올 듯하다.

'대중가요 '영암아리랑'이 생각난다.

처음 평야를 보고 와야겠다던 생각 보다가 월출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하루였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논산-천안간 고속도로로 이동한 다음 백양사 TG를 이용했다.

(서울에서 4시간 반 정도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