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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만화와 무협 소설을 읽던 시절

by 탁구씨 2010. 1. 18.

 

우연히 생각이 났다.

내 어릴적 등하교 길은 시오리 길,

6km는 됨직하다.

8-9세 어린 시절부터 하루 시오리 시골길을 걸어서 다녔다.

아침에는 늦지 않기위해 책보자기를 허리에 메고 뛰는

시간이고 하교길은 마냥 느긋한 시간이다.

오전에 수업을 마치고도 집에 돌아오면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는 저녁 무렵이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며 온갖 장난을  다 친다.

 

  

도로에 그림도 그리고, 패를 갈라 게임도 하며, 싸움도 하고, 봄에는 산에 올라 참꽃(진달래)도 꺾고

여름에는 도로가 연못에서 목욕을 하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정신없이 걸으며 놀며 집으로 돌아와 밥까지 먹고 숙제를 할려고 보면 책보자기가 없다.

정신없이 놀면서 오다가 보니 어느곳 놀던 곳에 두고 온 것이다.

이런 날은 엄마가 고생이다.

어디쯤에서 놀았는지 기억을 케물어 어둠이 내린 하교길을 되짚어 책보자기를 찾으러 가야 한다.

 

재미있는 또 한가지가 있다.

책을 조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시골에 책이 귀하여 닥치는

대로 읽는 습관이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내가 좋아 하는 것은 만화책과 친구의 형에 형인

이웃집 면서기가 읽는 무협지다.

나는 잽싸게 그 책을 친구에게서 빌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는 하였는데

주로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하교길에 읽는때가 많았다.

학교에서 나오자 바로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무협지를 읽는다.

 

옆으로 간혹 시골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기도 하지만 아랑곳 할 여가가 없으며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길가에 주저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어둠이 내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때 쯤에 정신을 차려 정신없이 집을 향해 뛴다.

한 참 가다가 보면 어둠이 완전히 내리고 산골 마을로 가는 길은 칠흑같은 어둠에 쌓인다.

그때쯤 산모통이를 돌면 저멀리서 약간의 불빛이 깜빡이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초롱불을 들고 나를 부르며 마중을 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자주 있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그때 그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엄마는 내가 어두운 길에 무서울까봐

내가 어디쯤 오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크게 이름을 부르며 산골길을 돌아 돌아 마중을 오시고는

하였던것이다.

어머니의 기일이 며칠후다. 사무실 사정상 참례하지 못할 것 같다.

여러모로 죄스러울 따름이다.  

 

 

내 아이들은 나에대한 어떤 기억들이 있을까?

몇일 되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홀로 외롭게 분투하며 공부하고 있는 큰 놈!

맞으편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작은 놈,

좀더 건강하게 그리고 조금은 여유있게 살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2010년 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