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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버린다는 것은 넓혀 가는 것.

by 탁구씨 2009. 8. 3.

휴일 오전내내 책들을 좀 버릴까 하고 정리 했다

이전에는 절약하고 저축하는것이 미덕인 때가 있었다.

정책도, 교육적 분위기도 누구나 모으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이제 소비가 미덕인 시대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경제원론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내게 있어서 책에 대한 모음은 각별하다.

일부러 수집하기 위한 것은 아니어도 책을 조금 좋아 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욕심을 조금 내었으며, 한번 들어 온 것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어릴적에 책을 구하기 힘든 깡촌에서 자라서 그런 모양이다.

이사도 잘 다니지 않는 편이어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럭 저럭 몇 천권 모였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책장에 꽂아 놓다보니 쌓였고,

어느때는 정리를 할까 하다가 먼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조용히 정리하며

읽어 보는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었다.

 

그러나 어느날,

절반의 인생을 넘어서며 돌아보니 이 모든것이 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아 두었던 책이라는 자체에 대한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요즘 어떤 책이든 언제나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모인 책들은 활자도 지질도 그 내용도 거의 다시 읽을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정리하기로 했고 근래 몇 차레에 걸처 반절 이상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상당히 섭섭하였다.

때묻은 책들을 버리기 위하여 분류하기도 힘들었고, 또 애써 분류해 놓은 다음,

막상 다시 훑어 보니 버리기가 아까워 한권 두권 다시 빼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 버린듯 한데도 책장은 좀체 줄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줄어들지 않는 현상은 다른 측면으로도 해석 될 수 있는 듯하다.

물론 버린 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집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비워가는 여유로움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버린 만큼 인생은 홀가분해 지고,

그 영역은 넓어지며, 거기에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워질 가능성을 갖게 된다.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을 때, 가슴은 답답하고 인생의 짐은 무겁다.    

(2009.8월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