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수필 & 긴글

여름단상 '열심히 산다는 것.'

by 탁구씨 2009. 7. 27.

녹음과 무더위가 무성하게 깊어가는 여름.

며칠 장마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하늘이 높고 매미소리가 창밖에서 요란하다.

언제나처럼 오전 일과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빠져 나가고, 이제 한 잔의 차가 생각난다.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보니 깊어가는 여름이 졸리는 듯 나른하다.

그래 이제 휴가철이니 휴가계획이나 구체적으로 한번 검토해 보자.

그동안 거의 매년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여름여행을 다녀오기는 했다.

물론 시간과 업무에 밀려 생략한 적도 있고 어떤 때는 간단히 연례행사로 다녀오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휴가란 우리에게 있어서 정말 필요한 것이다.

일상에서의 일탈이니, 재충전이니,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이렇게 훗날 되돌아보니

그래도 그 시간들이 그나름대로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있다.

대부분 성격 탓에 느긋한 쉼 보다가는 바쁘게 돌아다니는 편이어서 휴가가 끝나고 나면, 그때 오히려 피로가 밀려오기도 하고 누구 말처럼 휴가가 아니고 노역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돌아보면 그 순간들이 대부분 아름답게 스쳐 지나간다.

이런 것들이 모여 내 삶의 단편들을 형성하고 있고,

그나마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게 된다.

.

.

문득, 휴가 계획보다 엉뚱하게 일전에 우연히 나눈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우리, 시간이 순간처럼 지나갔지만 어느덧 머리는 듬성하고,

과연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 왔던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전에 어떤 사람이 술자리에서  ‘우리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냐? 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순간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어렵기는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제는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아 한창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때이고, 곧 반환점을 돌아설 때이며,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위하여 한번쯤 뒤돌아 보고 점검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삶을 어떤 공작 설계처럼 점검하고,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제 그동안 제대로 잘 살아왔던 그렇지 못했던,

지금까지를 돌아보고 그 바탕위에서 무엇이든 계획하고 전개해야 될것 같다.

 

‘열심히 살아왔다?’

지금 벌써 이러한 얘기를 논한다는 것은 뭔가 현재에 아쉬움이 있는 것 같은 뉘앙스라서

조금 탐탁치 않은 면도 있다.

돌이켜 보면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생은 열심히 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알게 모르게 심한 경쟁속에서 살게 되고,

인간 본성이 욕심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끝임없이 추구하게 되어있기에

어느 순간 뒤돌아 보면 모두 열심히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살되 얼마나 가치 있게 살아 왔는가?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오늘 생각의 방향이 바뀌게 된 원인이다.

 

누구나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산다는 것만이 중요하다면 극한 예로 노름꾼 같은 자도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머리가 터지도록 집중하고, 연구하고, 한꺼번에 몇날며칠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러기에 얼마나 보편적으로 본분을 지키며 꾸준히 일해 왔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봄에는 씨 뿌리고 가을에는 거두어들이는 농부,

직장에서 그저 보편적인 생각과 일을 하며 이탈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시장에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한 가지 일에 묵묵히 종사하는 사람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이 정말 시간이 흐른 후에 제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나는 어떤가? 외형적으로는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즉, 죽어라 힘들이고 고생하며 뭔가를 몰두해 노력하고, 

그리고 그 결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망 받을 삶의 위치를 확보하고,

타인에게 그럴듯하게 도움도 베풀고.... 뭐 그런 부문에서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보편적인 사람으로서의 삶,

남과 같이 일할 때 일하고, 노력할 때 노력하며, 고민할 때 고민하는 삶,

남을 속이거나, 비방하거나, 내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삶,

헛된 욕심을 부리거나 부정한 이익을 취하지 않는 삶,

허세를 부리거나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삶,

자기이익을 쫓아 생각과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지 않는 삶..........

뭐 그러한 측면에서는 결코 게으르고 잘못 살아오지는 않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만의 생각일까?? 문득 ‘열심히 산다.’ 는 것이 생각나서 좀 길게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내 생활이 정말 잘 살아왔던 그렇지 못했던,

지금 와서 급격하게 변화시킬 생각은 없다.

그저 살아온 대로 차분히 내 자신의 방법대로 나머지 생을 살아가고 싶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할 생각도, 타인을 부러워하며 추종 할 생각도,

남을 의식하며 억지를 부릴 생각도 없다.

오로지 자신에 충실하며,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적절히 반성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2009년 7월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