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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용바우 겨울밤 추억(2/19)

by 탁구씨 2007. 2. 28.

겨울밤의 추억

 

낮으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마을

용바우의 겨울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싶으면

어느 순간 어둠이 내리고

고요한 밤이 찾아온다.

그래서 용바우의 겨울밤은 유달리 길다.

 

까만 밤하늘에는 차가운 별이 반짝이고

스치는 공기는 상쾌하기 그지없으며

마당가 감나무 꼭대기에서는 후후새가 운다.

후후새 소리는 혼자 마실을 나갈 때나

볼일을 보러 뒷간이나 갈 때는

무섭기 그지없지만

따뜻한 아랫목에서 들으면 정겹기도 하다.

 

호롱불을 등잔에서 내려

책을 몇 권 포개어 만든 임시등잔에 올려놓고

아랫목에 배를 깔고 엎드려

동화책이라도 읽을라 치면

따뜻한 방바닥과

희미하지만 따스한 호롱불 빛과

감나무에서 우는 후후새 소리가 합쳐저

또 하나의 새로운 동화가 된다.

이는 내가 자란 시골마을 용바우의 겨울밤이다.

 

 

올해도 명절을 맞아 용바우엘 갔다.

가구수는 줄고 호롱불대신

전기불이 골목을 환하게 빛추고

그래서 밤시간도 조금 늦춰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요와 적막과 까만 추억은 살아있다.

 

늦은밤 골목길을 걸으니

저곳은 그옛날 내친구 일이가 살던 집이고

저곳은 동네 어른들이 마실나와 모이던 집이지

아, 저기는 송아지만한 누렁이가 있었는데

그앞을 지날때는 단숨에 달려 지나가고는 했지.....

 

어떤때 눈이 풍성하게 많이 내린날,

마을과 들과 산은 하얗고 하늘은 까메서

땅과 하늘의 경계선이 바뀌어 또렷하던 날에

우리 동네 조무래기들은 무리를 지어

골목길을 추위도 모르고 몰려 다니던 기억도 난다.

 

.............................................................

올 설에는 시간상 조금의 여유로움이 있어

동네를 돌아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옛 기억들이기에 몇자 적어본다.  

풍요로운 추억들이다.

 

                                             (2007.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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