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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바우상상-산촌의 초겨울(12/3)

by 탁구씨 2006. 12. 3.

 시골의 아침은 차다.

 시골이 아니더라도 오늘 아침은 금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한다.

 일이 있어 고향집에 잠시 들린 날이다. 

 지난 가을 높아 따지 못한 뒷곁 감나무의 감이 홍시가 되어 가득 달려 있고

 까치가 여유롭게 쪼아대고 있다.

 

 조카가 한번 따보겠다며 올라 가더니 먼저 맛부터 보겠다고 한다.

 차가운 초겨울 날에 청정한 산골에서 맑은 햇살을 마음껏 받으며 익은 홍시는

 어름이 살짝 씹히며 그 맛이 표현할 수 없이 기막히다.

 어느덧 마을 앞 논에는 타작 끝난 볏단만이 군데 군데 세워져 있다.

 아마 눞히지 않은 것을 보니 사료로 쓸 용도 인것 같다. 

 산골 마을이지만 이제는 기계영농을 하니 추수 끝자리도 단정하고 반듯 반듯하다.  

 마을앞 논. 산골 우리 동네에서는 넓은 들판에 속하는 곳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여기서 자치기를 하고, 눈싸움을 하고, 땅 따먹기(가이로꾸)를

 하며 뛰어 놀거나,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했는데 내가 직접 만든 연은

 높히 오르지 않아 속 상하기도 했다.   

 마을 서북쪽, 어느덧 논 고랑에는 살 어름이 얼어 있고

 산넘어 '갓골' 로 넘어 가는 길에는 서리가 내려 새 하얗다.   

 

 마을앞 거랑(시내), 거의 실개천 수준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멱감고 고기잡고

 한 없이 정겹기만 한 곳이다.   

 우리마을에서 이웃마을 '화감'으로 가는길.

 길이 끝나 보이는 어름엔 우리의 추억이 어린 동구가 있고 거기엔 큰 바위와

 수백년 수령의 엄청난 느티나무, 소나무, 바닥에는 바위가 깔린 냇가 등이 있다.   

 집 화단에는 이제 마른 국화 몇송이 만이 남아 있다. 다른 다년생 꽃들은

 짚이나 퇴비 등으로 덮어 겨울을 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산으로 가고, 집 거실에서는 김장을 담그느라 부산 하다.

우리의 큰 형수님은 여기서 동생과 아들 등 무려 10여가구의 김장을 매년 담구어

사진 처럼 박스에 넣어 보낸다.                                                      

                                                                      [2006. 12. 3. 고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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