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 한잔 / 김탁기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하늘
훈훈한 오뉴월 열기가 한가롭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누군가와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싶다
곰삭은 친구를 만나
수령 깊은 나무 그늘 아래
사방이 트인 오래된 사랑마루에서
해묵은 이야기를 한가로이 나누고 싶다
소반에 박주인들 어떠리
개다리소반 짠지 뼈다구에
젓가락 두어 개 걸쳐 놓고
하늘 동동 띄워 박주라도 한잔하고 싶다
무성한 녹음 사이로
하얀 하늘이 쏟아지고
어느 가게 앞 백구가 길게 하품을 하는
세상이 졸고 있는 고요한 여름날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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