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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사람이 온다

by 탁구씨 2022. 10. 7.

 

[작은 방주] 중, 최우람 전


사람이 온다


사람이 온다
동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환한 바람을 일으키며
천지간의 환영을 받으며
뚜벅뚜벅
언덕을 올라
양팔을 크게 벌리며 찬란히 온다

천둥이 치고
지축이 흔들리면서
붉은 막이 올려지고
장중하게 거대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삼라만상의 환영을 받으며
엄숙히 언덕을 올라
찬란히 온다

언덕을 뚜벅뚜벅 걸어
나에게로 온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웅숭깊은 세계를 이루며 번개가 번쩍이고
구름이 장대하게 펼쳐지며 바람이 불고 꽃이 흩날리며
내 곁을 지나간다

거창한 환대를 받으며
뚜벅뚜벅 저 언덕을 넘어간다
수개의 오색 빛이 앞을 끌고
뒤를 따르며 흔적을 남긴다
정신이 혼미하고
몸이 와들와들 떨린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위대하고
장엄한 일이다

(* 모든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최우람 전 '작은 방주' 중 -본문과는 관계 없음)

[작은 방주] 중, 최우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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