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호박꽃 잠실지역에서

누에

 

 

단지 작은 벌레에 불과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도

빨리 달릴 수도 화려하게 보일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기에

비교하거나 질투를 하지도 않습니다

 

돌아보면 모두가 폴짝이며 뛰고

날아다니는데 자신만이 엉거주춤 기어가는

나약한 존재로

저마다 자기의 색깔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데

소리는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좌절하여

잠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겠지요

 

오래지 않은 훗날

벌레는 천천히 집을 짓고 인내하다가

이윽고 찬란한 날개를 펼치며

나비가 되어 창공으로 훨훨 날아오릅니다

화사한 집을 남기고서

 

일희일비하는 것이 인생이니

묵묵히 인내하며 주어진 일에 몰두하다가 보면

찬란한 햇살이 비추이고

결실을 만끽하며 높이 날아오르게 되지요

슬럼프는 도약의 준비입니다

 

(130901)

나팔꽃 -서울 잠실 도로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