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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오대산의 가을 /구도 행각

by 탁구씨 2022. 10. 11.

오대산 월정사-상원사 계곡

 

구도 행각求道行脚

 

 

높은 하늘 푸른 바람 부는 날

오대산 깊은 계곡 울창한 천년의 숲을 지나

물길을 거슬러 선재동자善財童子의 구도행각에 든다

선재길을 걸으면 참된 나를 찾을 수 있을 런지

 

청아한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과 소슬한 바람이 동행한다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은 넓어지며

숲 기운이 온몸을 둘러싸 사각거리는 스스로의 발자국에 놀라고

작아지고 겸허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모든 집착과 번뇌는 사라지고

마음은 가볍고 순수해져 발길의 경쾌함이 극치에 달한다

적멸寂滅의 상태가 아닐 런지

 

고해의 바다인 이 세계가

모두 공空하고 무상無常함을 깨닫는 무아無我의 경지이리니

 

찬란히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서 세조 임금을 만나다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씻겨 주었다고 말하지 말거라'

‘임금께서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다고 말하지 마세요'

세조는 마음의 과보果報도 이곳에서 씻은 것이 아닐까

 

마침 맑은 계곡물에 빨간 단풍잎 한 잎 떨어져

팽그르르 돌며 가슴에 점 하나를 찍는다

문수보살이 오신 것인지요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길 주위로 오색단풍이 곱다

자신을 불태워 울긋불긋하게 온산을 물들이고

계곡물 위로 흘러가는 붉은 잎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선경仙境에 든 것이구나

 

행각行脚은 53선지식善知識을 만나고 고즈넉한 상원사에 이른다

문수전 마당 끝에 서서 불국정토를 둘러보니

운해가 붉게 타는 우람한 능선을 평안하게 감아 돈다

 

보현보살을 친견하고 중중무진重重無盡 법계法界로 들겠구나

선재동자의 끝없는 구도 행각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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