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아버지가 풋나무를
지고 와 울타리를 세우던 날
산에 사는 하늘도 따라오고
접동새도 따라와 살구나무 위에 앉았다
새 울타리에는
풋풋한 하늘 냄새가 나고
울타리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풀냄새가 흐뭇하다
지게에는 산딸기가 출렁거리고
별들도 참 많이 따라와 마당이 그득하다
외양간 지붕에는 박꽃이 하얗게
피고 담 밑에는 달맞이꽃이 노랗다
아버지가 풋나무로 모깃불을
피우면 울타리를 넘어가는 푸른 초대
멍석 위 별들이 둥글게 모여 앉고
아이는 꿈속에 둥근 박을 안는다
아버지에게서는 늘 든든한
울타리 냄새가 난다
(8월 어느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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