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탁구의 / 시 / 수필 / 사진 / 일상 입니다
수필 & 긴글

이효석과 메밀꽃 필 무렵을 대화하다(2010.1. 여행일기)

by 탁구씨 2020. 10. 17.

이효석과 메밀꽃 필 무렵을 이야기하다.(2010. 1월, 겨울)

 

선생님 안녕하세요?

몇 년 전, 그러니까……. 이 기념관이 없을 때 들렸었으니까…….

상당히 오래전인 것도 같고, 그동안 주변을 지나쳐 가기도 하고 강원도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한 번씩 짚어 보았으니 느낌상으로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어떻든 선생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너무나 익숙하고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소설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저 멀리 펼쳐 진,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은 메밀밭인 듯한 언덕과 들을 보았습니다.

메밀꽃이 막 피기 시작할 무렵에는 그야말로 달빛에 온통 소금을 뿌린 듯 눈이 부시겠군요.

 

이효석 기념상 옆에서

 

어스름한 달빛에 대화 장터을 향해 하얀 메밀밭 길을 걷고 있는 장돌뱅이 세 사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짐을 실은 나귀를 몰고 또 등짐을 지고 두런두런 대화를 하며 걷고 있군요.

허 생원이었던가요?

하루벌이로 먹고 사는 떠돌이 장돌뱅이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을까요.

그러나 장돌뱅이들의 애환은 고달픈 가운데에도 사람 사는 모습이 보였었지요.

허 생원의 애틋한 하룻밤 사랑과 생각지도 못한 아들, 그리고 그 피할 수 없는 천륜,

물에 빠져 아들의 등에 업히게 되는 그 극적인 부자의 만남.

그것은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인간의 사랑 같은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오래전에 읽은 그 소설이 하얗게 펼쳐지는 메밀꽃 영상과 함께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군요.

 

가산 이효석 생가-일 부 간판에 가려 짐

 

감히 선생님과 작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외람스럽고요.

오늘 보니 선생님이 이 지역 사회에 기여한 공로 또한 엄청난 것 같습니다.

문학적 가치 혹은 문화적 영향력이라고 할 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봉평이라고 하면 '메밀꽃 필 무렵'을 생각하고, 선생님을 생각하고 봉평장을 생각하지요.

그리고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하고 또 실제 들리고 있지요.

저도 장터의 그 충주 댁을 가보았습니다.

담벼락에 안내도가 그려져 있더군요.

그리고 그 봉평장에서 메밀전병을 하나사서 먹었습니다.

봉평과 메밀밭과 장돌뱅이는 우리 마음 속에 원초적인 그리움이 울려오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전경인데도 그 느낌은 다르지요.

 

이효석 작가의 동상 옆에서

 

그런데 요즘 각 지자체에서 서로 다투어 지역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저런 시설을 크게 벌리는 것에 대하여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화를 기념하고 되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여 좀더 자료를 모아 시설도 좀 더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문화적 가치라면 이곳 선생님의 기념지 정도는 되어야 겠지요.

여기도 제대로 취지와 의미가 반영된 시설 형태인지 잘 모르겠군요.

어떤 곳은 너무 졸속적이고 가시적이어서 억지로 만들어낸 가상의 무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선생님, 정서적으로는 저도 대부분의 국민들과 같이 '메밀꽃 필 무렵'이 제 마음속 고향입니다.

(2010년 1월 이효석 문학관에서.)

 

(* 이 하늘 높은 가을, 옛 봉평 여행일기를 읽어보고 옮겨 써봅니다. 지금은 또 많이 변했겠지요. 2020.10.17)

 

 

'수필 & 긴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 침묵에서 깨어나  (0) 2021.01.27
자동차를 바꾸며(쓰는 중)  (0) 2020.10.30
여행, 그냥 떠나라!  (0) 2020.05.15
손으로 쓰는 편지  (0) 2020.05.10
글은 책으로 출판되어야만 할까?  (0) 202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