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았소
18일 오전 창원 낙동강 둔치에서 호우로
떠 내려와 풀을 뜯고 있던 소가 발견되었다.
어느 집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소였으리라
평화로이 살아가던 소가 미쳐 피할 길 없이
떠내려 왔으리라
껌뻑껌뻑 겁먹은 눈으로 워어엄~ 워어엄~
도움을 청했지만 누구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폭우는 순식간에 불어나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갔으리라
내 소 내 소 우리 소~
불러 보지만 주인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십여 일 후 이백 리 도 더 떨어진 낙동강 둔치에서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며
소는 마른 풀을 씹고 있었으리라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체
그 소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
소는 반가워 ‘나 살았소’
주인은 돌아와 ‘정말 고맙소’
사람들은 놀라워 ‘기적이 일어났소’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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