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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 글 쓰기

나 살았소

by 탁구+ 2020. 8. 18.

18일 창원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된 90km를 떠내려온 소

 

나 살았소

 

 

18일 오전 창원 낙동강 둔치에서 호우로

떠 내려와 풀을 뜯고 있던 소가 발견되었다.

어느 집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소였으리라

 

평화로이 살아가던 소가 미쳐 피할 길 없이

떠내려 왔으리라

껌뻑껌뻑 겁먹은 눈으로 워어엄~ 워어엄~

도움을 청했지만 누구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폭우는 순식간에 불어나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갔으리라

내 소 내 소 우리 소~

불러 보지만 주인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십여 일 후 이백 리 도 더 떨어진 낙동강 둔치에서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며

소는 마른 풀을 씹고 있었으리라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체

 

그 소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

소는 반가워 ‘나 살았소’

주인은 돌아와 ‘정말 고맙소’

사람들은 놀라워 ‘기적이 일어났소’

 

(2020.08.18)

 

 

영화 '워낭소리'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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