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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졸음

by 탁구씨 2020. 8. 14.

태풍으로 휘어진 감나무

 

졸음

 

몽롱한 하늘이 뱅뱅 돈다

눈이 아프다

이리 제치고 저리 제치고

앞장 뒷장 세상도 빙그르르 돈다

스-윽

눈꺼풀에 천근의 추가 달렸다

팔목을 내리누르는 이마

고개가 만근이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만 한다

끄떡끄떡 물방아를 찧는다

팔을 스르르르 내려놓는다

어느덧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심해에서 길을 잃는다

사위는 조용해지고

모두 멈췄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무딘 말은 달리지를 않는다

푹 고꾸라지고 일어나고

어둠이 물러가면

하얀 밤이었다고 할 것인가

이 꼭두새벽에

무거운 하늘이 범인이었다고만 할 것인가

스러지는 새벽 별을 헤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기어이 오늘 책장은 오늘 덮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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