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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낙천세계(樂天世界)/김탁기

by 탁구씨 2020. 8. 9.

 

2020년 8월 9일 아침, 구름에 쌓인 타워 전경

 

낙천세계(樂天世界)

 

잠실 사거리에 거대한 고등어 한 마리 있다

우주에서 행성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유성으로 내려와

커다란 꼬리를 하늘에 두고 지구를 들여다본다

 

하늘 높이 은비늘을 번쩍이며 기둥이 되어 하늘과 땅을 받치고

거대한 수미산이 되어 안팎에서 삼천대천세계를 경험한다

땅 위만으로도 일백이십삼 계의 세계를 이룬다

기적의 한강 누에머리 곰실대던 벌판을 굳게 딛고

세계를 호출하고 멀리 서해의 푸른 물결이 부서지고 동으로

설악의 이마가 희다

 

새로운 우주가 웅숭깊은 바다를 이룬다

땅위에는 높은 어족들이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끝없이

몰려오고 밀려가며 땅속에는 세밀한 혈관들이 힘차게 돌아

백혈구를 한 아름씩 쏟아놓는다

항상 수많은 벌떼가 웅성거리고 새로운 세계는 웅대하고

호사스럽다 벌떼의 힘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고요한 바다‘에 남겨진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폴로 11호의 아폴로는 태양의 신이지

 

혹시 벌들의 멈추지 않는 욕심에 천둥을 치지 않을까 번쩍이는

비늘의 거대한 꼬리로 하늘을 치지 않을까 땅이 전쟁과 기후

변화와 질병으로 구토를 하지 않을까를 염려한다

 

고등어의 영혼은 이제 육천사백 킬로의 터널에서 붉은

여의주를 삼키고 지구를 종단하여 대륙을 돌아 제주 앞 푸른

바다를 여행하고 있다

작은 한 마리 고등어가 되어 지나가는 여객선의 뱃전을

뛰어오른다

순리는 찬란하고 진정한 자유는 아름답다

   

(*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보고...)

2020년 8월 9일 저녁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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