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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어머니

by 탁구씨 2020. 7. 23.

어머니 

 

내 어머니

육남매 대가족 뒷바라지에

수구냉기 갈매골 콩 고추밭 다 지으시고

한 뼘도 안남은 산그늘 소쩍새 소리에 놀라

부랴부랴 집으로 내달리시던 어머니

대가족 저녁 준비에

어머니에겐 언제나 푸근한 솔가지 냄새가 났지

 

왜 그리 찡찡되었을까

못난 육남매의 막내가 유세인가

안 마(실) 미나리 깡 밤새 다듬은 미나리 몇 단을

머리에 이고 가시는 시오리 장날은

고개가 빠지셨겠지

 

한 단에 이십 원 받아

길순원 자장면 한 그릇 시켜주고 정작 본인은

양 많은 느티나무 집 막국수가 그리 맛있다던 어머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짜증스럽기 도 하셨겠지

자신이 안타까워서

 

약이라도 좀 먹여야 되는데

우리엄마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

약은 내게 필요한게 아니었을 텐데......

쌀 한 되 팔아 소풍날 손에 쥐어주시며

시원한 주스 사 먹으라고 하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 맛있는 것 사서 드셔본 적이 있으실까

어머니!

 

진즉 알았어야 했는데…….

이제 누구만큼 부족하지 않게 잘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는 게 아니고 아버지가 되어 겨우 아들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성장기의 옛 집터(빨간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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