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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짧은글

아버지

by 탁구씨 2020. 7. 23.

 

쟁기로 밭을 가는 전경(퍼옴)

아버지

 

내 아버지

그 농촌에서 일 한번 안 시키셨지

공부해라는 물론 야단 한 번 안치시던 아버지

막내로 손주 같이 태어나서였을까

그냥 무심이었을까

속으로는 그러셨겠지

막내아들 출세는 몰라도 남만큼은 잘 살아야 된다고

 

항상 인자 로이 웃으시며

기껏 하시는 아버지 최대의 잔소리

허, 그참!

할 말이 없으셨을까

양반의 자존심이 생존의 기둥이셨던 아버지

산촌에서 태어나 근동을 벗어나 보지 않으셨지만

집안 얘기와 구수한 옛날 얘기 정말 재밌게 해주셨지

 

새벽에 새끼 꼬아 가마니 짜고

낮에 일하시며 틈틈이 소죽거리 만들어

저녁에 끓이고 계시던 아버지

거칠어지고 깊이 갈라진 손마디를

통증을 참아 겨우 불에 지지고 계셨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막내를 보시며 흐뭇해 하셨지

아니 안타까우셨을까

 

방학식 날

확인 받으러 내놓은 성적표를 흐뭇이 보시며

말라버린 인주의 목도장을 입으로 축여

허, 그참!

꾹- 깊이 눌러 주시던 아버지

이제 와서야 그래, 그렇구나.

그때 그 아버지가 되어 지금에서야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우리 아버지

 

진즉 알았어야 했는데…….

이제 누구만큼 부족하지 않게 잘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는 게 아니고 아버지가 되어 겨우 아들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앞산에서 본 우리집(가운데 빨간지붕과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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