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왔지만 봄 같지가 않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고 했던가
올봄은 정말 '봄은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집콕하고 있으니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라
'오랑캐 땅엔 풀도 꽃도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러는 가운데 봄은 어느덧 이만큼 와 있다
돌아보니 화라락 피던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던 진달래도 이미 지고 없으며
어느덧 철쭉이 한창 이구나
나뭇잎새도 어느덧 푸른빛이 도는구나
봄이 오는 소리도 연녹의 잎새도 슬쩍 지나간 듯하다
잔인한 올봄이다
이제 이 땅에 숨이 트이려는가
오늘은 그래도 사람들에게서 약간의 화색이 돈다
무력감과 지루함에 무표정이었던 이웃이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조금은 활발해졌다
아직은 안심하기에 이르다가도 하고
가을에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말도 있으니
마냥 들뜰 수 만은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지친 가슴을 열어젖히고 활력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 수일만 지나면 푸르른 초여름으로 달려갈 텐데......
실로 두어 달 만에 제대로 사무실 앉았나 보다.
(2020.4.23)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동방규의 詩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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