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 아홉 봉오리의 구봉산

겨울 등산은 참으로 어설프다.

일단, 추위를 각오해야 되며 세찬 바람이 불 수도 있고, 눈이 올 수도 있으며, 등산로가 얼어 미끄러울 수도 있다.

변수가 많아 방한 복장과 더불어 스틱이나 아이젠, 각종 겨울등산 장구 등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

거기에 산위 찬바람 속에서 먹어야 할 점심은 선택이 만만치 않다.

홀로 가는 등산은 내키지 않으면 포기하면 되지만 여럿이 약속을 하였을 경우에는 취소할 수도 없고 그 고민이 배가 된다.

그러니 막연히 계획을 세웠더라도 웬만한 매니아가 아니면 출발이 어설프고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출발을 하고 나면 반전이 있는 것이 겨울 등산의 묘미이다.

차창을 스치는 마른 들녘과 잡목이 보이지 않는 산 들의 간결한 모습이 단정하며, 반면 차량 속에서는 안온함이 있다.

거기에 첫 행선지일 경우에는 기대가 있으며, 단체 산행일 경우에는 차량에서 만나는 산행 동료들의 반가움도 있다.

그리고 산을 들어서면 그 알싸한 겨울 기운과 발에 밢히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감각과 구수한 냄새가 정겹다.

오늘도 단체 산행으로 아침 7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선다.

어제 일기예보상에는 날씨가 찰 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가는 춥지않다.

금년 겨울 산행에서는 눈다운 눈을 보지 못했다. 

오늘 운이 좋아 눈 산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산행 버스에는 이미 낯익은 산우들이 많이 자리하여 반갑다.

이번 등산은 전북 진안의 구봉산이다.

구봉산은 1봉에서 9봉까지 송곳 같은 암봉들이 줄지어 서 있으며 산세가 좋고 조망이 좋은 산이다.

1봉에서 8봉까지는 꽃잎들이 둘러 서 있는 듯하여 연꽃산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위 사진에서 우측부터 1봉에서 8봉까지가 보인다.

마지막의 9봉은 구봉산의 정상이며 1002M로 지리산, 덕유산 등 주변의 첩첩이 솟아있는 유명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1봉에서 바라보이는 주변 산들이다. 켜켜이 전개되는 높은 산들이 구름으로 구분지어지며 장관이다.

1봉에서 바라보이는 4봉의 정자 '구름정'이다. 구봉산은 가파르고 바위산이기는 하나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도 험한 산으로 방심이나 실수는 금물이다.

4봉의 정자 '구름정'에 앉아 주변 경관을 감상한다. 멀리 첩첩이 둘러선 산들이 보이고 아래로는 양명마을이다.

4봉과 5봉 사이에는 구름다리 현수교로 연결 된다.

인공적인 면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 다리가 없으면 봉우리를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니 그도 쉽지않고

또 약 700M고지라고 하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스릴도 있다.

다리 양편에는 넓직한 테라서를 만들어 식사를 하거나 산야를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북쪽 산의 흐름새이다.

7봉에서

구봉산은 계단이 많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계단이 없으면 일반인들은 이 산을 접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계단이라고 해도 가팔라 도중에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낄 수가 있다.

구봉산은 전체적으로 쉬운 산은 아니다.

이제 8봉을 넘어 바라보이는 9봉이다.

9봉은 구봉산의 정상으로 이제까지와는 달리 급경사 구간이 길고 험하다.

일부는 8봉을 지나 포기하고 돈내미재 고개에서 하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은 정상을 보았을 때에 그 산을 다녀 왔다고 할 것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구봉산(천왕봉) 1002m라고 적혀있다.

100대 명산이라고 한다. 100대 명산을 돌고 있는 산우에게서 기념 휘장을 빌려 한 컷 했다.

정상에서는 주변으로 지리산, 덕유산, 적성산, 마이산 등 유명 산들과 용담댐 등이 조망된다. 

하산은 돈내미재로 되돌아가는 길도 있으나 천황사 방향으로 직진하여 바랑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면 되며,

평탄하지만 벼랑 끝으로 스릴을 느끼는 등산로를 따라 멀리 여덟 봉오리를 바라보며 걷게된다.

험하지는 않으나 마지막 구간이 조금 가파르다.

이번에 기대했던 눈 산행이 되지 못하여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함께한 산우들)

등산코스 : 구봉산 주차장-1봉-2봉-3봉-4봉-구름다리-5봉-6봉-7봉-8봉-돈내미재-9봉(구봉산 정상, 천왕봉)-바랑재-양명마을 구봉산 주차장(약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