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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긴글

역할에 충실한 삶을 깊은 밤에 고뇌하다.

by 탁구씨 2011. 9. 19.

  깊은 밤 창을 넘어오는 바람이 서늘하다 못해 차다. 낮에는 가을 같지 않은 날씨라고들 했지만 계절의 변화에는 어쩔 수가 없다. 지구 온난화니 어쩌니 해도 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예정 된 섭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깊은 밤이지만 쉽게 잠들 수 없는 고뇌가 엄습한다.

  나이가 들었다고만 할 것인가. 세파에 무디어졌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이 조직, 이 단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 무엇이든 간에 나는 오늘 떳떳하지 못했다. 보다 어른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평소에 생각해온, 세상이 변해도 나이가 들어도 최소한의 양심과 도리는 지키고 사회 속에서 주어진 역할은 감당하여야 된다는 소신에 흠집을 느낀다.

 '인간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는 지켜야 한다. 잘못을 보면 반드시 지적해 주어야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한번 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어릴 때 읽었던 책(제목) ' 무엇 무엇다워야 한다.'가 생각난다.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고 각자가 처한 역할과 위치에 충실하여야 하며, 성직자나 수도자, 유사한 성격의 직업인, 그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지 않느냐는 변명과 주관적인 너그러운 용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역설로 인간이니까 인간다워야 된다는 이야기가 전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가장 기본은 인간다워야 된다는 것이다. 인간답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양식을 가지고 도리를 지키며, 겸손하여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어진 위치, 역할을 중시하고 이에 충실하여야 한다. 성직자나 수도자나 직장인이나 그들도 도리와 소임을 다하고 인격적으로 갖추어질 때 훌륭하다는 평가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존경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두 다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존경이 전제되어야 하는 직업(?)부류는 있다. 

 

  나 자신은 인간답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물론 없다. 그러나 노력은 하고 있다. 누구의 존경을 받고자 노력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누구로부터 외면당하는,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인간은 되지 않겠다. 다행하게도 열거한 부류와 같이 특별한 도덕성이나 고매한 인격이 요구되는, 일반적으로 그러리라 평가되는 직업군은 아니다. 나는 그저 보편적인 인간이기에 변명도하고, 애교스럽게 넘어갈 수도 있고, 그나마 이런 글이라도 쓰며 마음을 달래 볼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즉 다행히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면 될 수도 있다. 

 나는 할 일과 신앙을 분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완전히 분리 될 수는 없겠지만 잘못하여 실망하고 마음 상할게 아니라 할 일은 할 일로서 내 양심을 다해 충실하고, 신앙은 내 고유의 신앙으로서 충실하자. 누구를 탓하거나 평가하지도 말며 자신을 위해 참다운 신앙인으로서 밝은 마음으로 순리에 순응하며 살자.

성직, 수도자에게서도 취할 것은 취하고 상처 받을 것은 과감히 버리자. 하느님이 내게 이 세상을 살다 오라고 내려 주셨다면 좀 더 너그럽게 용서하고, 하느님이 주신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이런 위치까지 주셨는데 감사에 감사를 더하고, 순리에 순응 또 순응하며, 마음 상하지 말고 내 삶을 진행하자. 

(2011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