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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산

공룡능선과 오세암으로...[여름여행-5]

by 탁구씨 2010. 9. 10.

'설악산을 가보지 않았으면 등산을 논하지 말고, 공룡능선을 산행하지 않았으면

설악산을 논하지 말라' 나의 말이다. 

시간, 등등으로 공룡능선을 산행하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동행한 아내의 권유를 못이기는체 코스를 바꿨다.

아내는 공룡능선을 타자고 했으나 나는 이번에 봉정암을 들려보고 싶었기에 소청대피소까지

가파른 길을 내려 갔다가 주위의 공통된 권유로 소청봉까지 되돌아와 공룡능선을 타게 되었다. 

7시에 중청대피소를 출발하여 희운각대피소를 거쳐 공룡능선에 들어선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를 권유한 이유를 알았다. 정말 최고의 절경을 볼수 있게 된 것이다.  

공룡능선은 희운각 대피소를 지나서 부터 마등령까지 5.1km 로 약 6시간이 소요된 듯하다. 

등산로가 공룡의 등처럼 굴곡을 이루며 매우 가파르고 위험한 코스로 그자체가 하나의 묘미이며

능선을 중심으로 내, 외설악의 암봉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스릴과 또 다음에 나타날 절경에 대한 기대로

마등령을 넘을때까지 힘든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던것 같다.

공룡능선은 내,외설악을 가로지르는 설악의 중심능선으로 내설악의 가야동 계곡과 용아장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에서부터 동해바다까지 시원하게 절경이 펼쳐진다.

가야동계곡, 용아장성, 천불동 계곡 모두 표현하기 힘들정도의 절경들이다.

 

소청봉에서 약간 무릎 통증을 느끼기도 했는데 마침 대청봉을 오를때 만난 아버지 와 아들 일행이

부탁도 하지 않은 압박붕대를 기꺼히 찾아 익숙한 솜씨로 감아 주고 말없이 떠났다.

잠시 스치는 순간이었지만 베푼다는것이 이런것이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순간 순간 남이 필요를 할때 도움을 주는것. 그것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조차도 의식하지 않은듯한

그들에게서 자연스런 베품의 미학을 보았다.  

이번 산행에서 이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후까지 무척 고생을 했을 것이다. 다시 연락이 된다면

소주라도 한잔 하고픈데 아쉽게도 연락처를 확인 하지 못했다.

그분들 외에도 같이 힘든 코스를 산행한 많은 분들, 산장에서 만난 분들이 생각난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베풀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 왔다. 그리고 가끔 이야기 하기도 했다.

아내는 이런 나에게 주위의 조그만 것부터 해야지 얼마나 크게 베풀려고 그러느냐고 핀잖을 주기도 했다.

그래, 그말이 맞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얼마나 더불어 살고 있는걸까?  다시 다짐해 보지만 몸에 배어야 하는데... 

이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연앞에서 잠시 생각을 가누고 조심스럽게 다짐을 해 본다. 

 

오후 2시경 마등령에 도착 했다. 도중 도중에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기는 햇으나, 시장하여

데워온 햇반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했다. 여기서부터 곧장가면 금강굴 비선대 설악동 소공원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우리는 왼쪽으로 틀어 오세암을 향했다.

오세암은 이름에서의 오는 느낌처럼 설악의 높은 산자락에 포근하게 자리잡은 아담한 사찰이다.

그러나 남은 하산거리를 생각할 때 이것 저것 느껴 볼 여가도 없이 아쉬운 길을 제촉했다.

오세암 도착 시간이 4시경, 오세암에서 영시암 백담사가 2-3시간으로 본다면 서울 가는 차는 빠듯하다.

오세암에서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로 가는 계곡 또한 정말 수려하다. 투명하게 맑은 물과

새하얗게 닳은 계곡 돌들, 그리고 계곡옆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산책로, 무엇하나 빼 놓을 것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담사를 들려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크지만 내쳐 걸어야 했다.

이미 시간은 6시를 넘어가고 있고 서울 가는 막차는 백담사를 지나 용대리 주차장에서 7시30분이다.

다리에 감각이 없다. 아침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험준한 산길을 12시간 걸은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가볍고 오히려 아쉽다. 가을 쯤 다시 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