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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olic & Family

아내 향원(香園)

by 탁구+ 2008. 10. 2.

  항상 걱정 많고, 잔정 많고, 손재주 좋고, 나누어주기 좋아하고, 화장도 안하며, 본인은 외면한 채 조용히 남부터 생각하는 전형적인 우리의 어머니 같은 나의 아내, 향원(香園) 이명숙!

   이명숙은 나의 아내이다.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 만났다. 나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주간에 금융회사엘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아내가 입사했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눈에 띄는 여성이었다. 아주 순수하면서도 긴머리에 갸름한 얼굴의 미모였다. 생각해 본적은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딱 나의 이상형이었다.  온순한 성격에 말수가 적고 업무에도 능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 을 감출 수가 없었고, 우연한 기회에 만나 직장 내에서 숨은 연애를 하게 된다. 우리는 금융기관 창구에서 같이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전표를 넘겨주는 척 하며 살짝 뒤에 메모를 적어 데이트 신청을 하고는 했다. 지방 도시에서 퇴근 후에 갈 곳도 할 일도 없었지만 우리는 작전하듯이 거의 매일 만나 시내를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알게 된지 오래지 않아 무척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학교를 마치자 바로 군 입대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군 입대는 미래를 알 수 없는 헤어짐이었지만, 나는 다행하게도 사무실이 있는 같은 도시에 배치를 받게 된다. 그 것이 우리의 정해진 만남이 된 듯하다. 군 생활 기간 동안 아내는 거의 매주 면회를 왔고 내가 외출이 있을 때에는 시내에서 만났다. 우리의 만남은 당시 그 큰 부대 내에서도 화제 거리가 되었던 듯하다.

   군 생활을 마치고 복직을 하지 않았다. 전역을 앞두고 해외근무를 해보고 싶어 해외전문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으며, 조금 이른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신혼이었지만 해외근무를 하게 되었다. 해외 근무 중에는 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아내는 처가에서 큰 놈의 육아를 하게 되었는데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는 매우 순종 형으로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나에게 의지하는 편이다. 우리의 생활은 거의 내 주관대로 해온 듯하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들 교육에는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그 시대의 치마 바람 날리는 방법은 싫어했다. 조용히 뒤에서 보살펴 주고 늘 아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는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속 썩이지 않고 학교생활을 해주었고 공부도 잘해 주었다. 우리 아이들은 야단스럽게 학원을 옮겨가며 다니지도 않았고 재수를 하지도 않았지만 서울에서 나름대로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

   결혼 전부터 아내는 서도 회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었는데 후일 상당한 수준에 올라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아내의 호 향원(香園)은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그 후 결혼 후에도 수시 시간이 될 때마다 각종 학원을 다니기도 하며 다방면으로 취미가 많았다. 요리, 제빵 등을 배웠고 이는 아이들의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한지 공에는 상당한 수준급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했다.

   아내는 취미도 나와 함께 비슷하다. 여행을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하며 여행의 일환이지만 고택여행이나 미술관 관람 같은 것을 좋아 한다. 우리는 늘 함께 다녔으며 주위에서 많이 부러워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서부터 집안에 조금 할 일이 생겨 나중에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은 거의 평이했던 것 같다. 크게 어려움도 없었다. 경제적으로도 아내는 욕심을 모르는 사람이고, 나의 직장 수입도 생활하기에는 그리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남은 시간도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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